서울 지역 일부 신용금고들이 대학생들에 대한 신용대출을 늘리면서 부작용
이 노출되고 있다.

대학생들이 학자금 명목으로 빌린 돈을 주식투자 계를 만들거나 피라미드
판매조직의 물품 대금을 내는 데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신용금고 업계에 따르면 대학생에게 1백만원까지 대출해 주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 24% 수준의 높은 금리지만 신분증과 재학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만 갖추면 간편하게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호응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인 대학생 신용대출에 나선 해동금고는 지금까지
대학생 대출실적이 6천8백70여건에 이르고 있다.

이에 삼환 삼성금고 등 강남지역 금고들도 지난해 12월부터 대학생 신용
대출에 가세했다.

부작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서울 Y대 경영학과 문모(27)군은 "학과 동기들 사이에서 강남 어느 금고에
가면 1백만원을 빌릴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식계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4~5명이 각각 1백만원씩 빌려 주식투자에 실력이 있는 학생들에게 몰아
준다는 것이다.

이들중엔 투자했던 주식이 폭락해 고향에서 보내준 등록금으로 투자손실을
메꾸고 휴학한 학생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단계 판매조직에 연루된 학생들이 이 대출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피라미드 판매방식의 피해자들이 참여하는 인터넷 사이트
(www.antipyramid.org)에는 학생대출이 피라미드 조직의 물품대금 납부용
으로 쓰이고 있다는 고발이 계속 접수되고 있다.

금고 관계자는 "언제부턴가 매달 말일이면 수십명씩 몰려와 대출신청을
하는 학생들이 생기고 있다"며 "담당직원이 뒤쫓아가 조사해 보니 다단계
판매조직원들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단계 업체가 몰려 있는 강남의 대치동이나 논현동으로
주소를 옮긴지 얼마 안된 지방학생들은 대부분 피라미드 조직원으로 보면
된다"며 "이후 창구직원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줬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1월중 피라미드 조직 학생을 적발한 뒤에 금고 입구와 창구
곳곳에 경고문을 붙이고 대출심사도 한층 강화했다"고 털어놨다.

< 박민하 기자 hahah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