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경제는 사상초유의 저물가-고성장을 기록했다.

이를 계기로 최근 국내에서도 미국식의 "신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물론이고 민간 연구소에서도 "한국판 신경제"에 대한 보고서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경제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기에 앞서 반드시 뒤돌아봐야 할
대목이 있다.

신경제가 드리우는 "그늘", 즉 부문간 계층간의 불균형 확대가 그것이다.

실제로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 소비 창업 등 경제활동 곳곳에 불균형이
심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체 지표상으로는 판독되지 않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업종간, 소득계층간,
지역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소비의 경우 작년 12월중 백화점은 30.0%, 대형 할인점은 38.0%의 판매
증가세를 누렸다.

반면 슈퍼마켓의 판매액은 5.5%나 감소해 연말특수에서 소외됐다.

지난 설에도 주요 백화점들은 최고 50%의 매출신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서민들이 주로 찾는 남대문, 동대문 등 재래시장은 명절 특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썰렁했다는게 상인들의 하소연이다.

물가안정의 이면에는 이처럼 중저가 시장의 불경기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벤처창업의 지역간 불균형이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등록법인 4백6개사중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2월중 코스닥등록신청을 희망한 1백56개사의 경우도 87%가 수도권에
몰려 있어 이같은 지역편중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로운 부의 원천"으로 인식되고 있는 벤처창업이 이처럼 특정지역에
편중된다면 이는 결국 지역간 소득격차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혹자는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며 이같은 불균형은 신경제의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아닌게 아니라 미국도 벤처기업의 절반이상이 실리콘 밸리와 보스톤지역에
밀집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같은 불균형을 수수방관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과도한 불균형은 사회적 통합을 해치고 결국엔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이 "한국판
신경제론자"들의 또다른 과제라고 생각된다.

< 임혁 경제부 기자 limhyuc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