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을 끌어오던 선거법 협상이 8일 자정 여야간 표대결로 막을 내림에
따라 여야는 4.13 총선을 향한 본격적인 선거전에 나서게 됐다.

그러나 여야 3당의 철저한 당리당략때문에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표대결로
결론을 냈다.

선거법 표결처리는 자민련이 지니고 있는 "캐스팅보트"의 위력을 확인시켜
줬다.

표결당시 48표에 불과했던 자민련은 1백24표를 가진 한나라당이나 1백2표를
지닌 민주당간 대립을 틈타 당론인 "1인1표"와 "지역구 26석 감축"안을 관철
시켰다.

이 과정에서 새천년민주당은 정치개혁적인 요소라 주장한 1인2표제를 얻어
내지 못했고 한나라당 역시 선거구 인구 상.하한기준을 9만~31만으로 하향
조정해 지역구 감축숫자를 줄이려던 의지가 꺽이고 말았다.

1인1표제는 찬성 1백51표, 반대 1백6표, 기권 9표로 통과됐고 인구 상.하한
기준 9만~35만명안(지역구 26석 감축)은 찬성 1백54표, 반대 1백28표로 가결
됐다.

무소속 8표를 감안하더라도 자민련 의원들이 던진 표가 결정적인 변수가 된
셈이다.

공개전자투표를 주장하던 민주당과 무기명비밀투표를 주장하던 한나라당간
대립을 보였던 표결방식도 자민련이 주장한 전자투표로 결정지어졌다.

그러나 이번 선거법 처리는 여야 모두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줬다.

우선 여여 공조에 적신호가 켜졌다.

1인1표제로 인해 수도권에서 민주당과 자민련간 연합공천이 사실상 물건너가
자민련의 수도권내 입지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도 2여1야 구도로 선거를 치뤄야하는 상황을 맞게됨에 따라 선거전략
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나라당 역시 지역구가 26개 줄어들면서 내부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역구를 10개 감축해 영남지역 5곳을 살리려 했으나 무산됨에 따라 동료
의원간 공천갈등은 물론 계파간 지분싸움도 한층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이번 선거법 표결처리는 민주당 자민련 한나라당 모두 패자가 된
게임으로 끝났다는 평가다.

선거법 표대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여야는 지난 98년12월 정개특위를 가동하면서 정치개혁입법에 나섰고 3차례
활동시한을 연장했으나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또 선거법 표결처리를 위한 임시국회도 수차례 열었으나 번번이 무산,
국민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벼랑끝에 몰린 여야는 8일 1인2표제를 도입하고 지역구 10석, 비례대표
6석을 감축키로 각각 한발씩 양보, 한때 막판 극적타결 가능성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자민련이 김종필 명예총재의 일본으로 부터 귀국직후 "기존당론
고수"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하고 한나라당도 1인2표제 수용불가를 주장,
마침내 합의처리는 무산되고 말았다.

여야는 표결처리를 위해 표단속에 나섰고 여권은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와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 남궁진 청와대 정무수석등도 표결에 참석토록 했다.

그러나 전자투표에 익숙치않은 의원들이 투표방식을 몰라 민주당 김명규
의원등 6명의 의원이 1인1표제에 대한 표결에 참여하지 못하기도 했다.

< 정태웅 기자 reda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