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거노믹스냐 클린터노믹스냐.

미국 경제가 구가하고 있는 사상 최장기 호황의 뿌리를 놓고 공화 민주
양당 간에 공로 다툼이 가열되고 있다.

클린턴의 민주당 행정부는 지난 91년 3월에 시작된 현 호황 국면이 롱런을
하게 된 것은 현 정부의 재정 균형정책(클린터노믹스) 덕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이 지난 93년 취임한 후 재정적자 감축 정책을 밀어붙임
으로써 경제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켰다는 것이다.

클린터노믹스가 이룩한 재정 균형 덕분에 재무부 채권 등 장기채 금리가
하향 안정됐고, 이는 민간의 벤처 창업 및 신기술 개발 의욕을 북돋움으로써
장기 번영의 초석을 다지게 됐다는게 민주당측 논리다.

공화당측은 이런 주장을 어림없는 얘기라고 일축한다.

미국 경제가 오늘날과 같은 초장기 호황을 누리게 된 것은 80년대 초반
시행된 레이거노믹스 덕분이라는 반론이다.

80년 출범한 레이건 행정부는 2차 석유 위기의 후유증으로 침체돼 있던
미국 경제에 감세 및 규제 완화 등을 통해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이것이
오늘의 번영을 일구는 밑거름이 됐다는 논리다.

공화당측은 나아가 현 호황의 출발점은 91년 3월이 아니라 제1기 레이건
행정부 시절이었던 82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때 시작된 경기 호황이 90년 후반기에서부터 91년 초에 걸쳤던 걸프전쟁
여파로 반짝 불황에 빠졌을 뿐 현재까지 내리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공화당측은 한술 더떠 클린턴 행정부가 최고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재정
균형 역시 자기들이 재정 지출을 줄이도록 압력을 넣었기에 가능했다고 주장
한다.

민주당측은 공화당의 이런 주장을 레이거노믹스의 원조는 민주당 소속
카터 대통령이었다는 논리로 되받아치고 있다.

카터 대통령은 70년대 후반 항공산업에 대해 과감한 규제 완화의 불을
댕겼고 이것이 레이건 행정부에 답습돼 화물운송 에너지 금융 등 분야의
폭넓은 규제 개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카터 대통령은 또 79년 폴 볼커를 연방 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임명함으로써 물가를 안정시키게 하는 기틀을 놓았다는게 민주당 진영의 주장
이다.

공화 민주 양당이 신경제 원조 논쟁에 열을 올리는 것은 오는 11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는게 월가 사람들의 진단이다.

공화당 후보 경선의 선두주자인 조지 W 부시 텍사스주 지사는 레이건
행정부 시절 부통령을 지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장남이며, 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앨 고어 부통령은 현 클린턴 행정부의 2인자다.

신경제 뿌리 논쟁은 단순히 지나간 일에 대한 공로 다툼만이 아니라
향후 미국 경제의 기조를 좌우할 미래 정책 논쟁이기도 한 셈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