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에 기술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은 세계 각국의 산업정책에서
핵심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기술의 발달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시장이
글로벌화되는 상황에서 기술의 시장성과 성장성을 평가해 유통시킬 수 있는
인프라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이자 포스텍기술투자 사장인 이전영(46) 박사는
"한국의 R&D 투자가 투입되는 양은 많지만 이를 통한 경제적 성과는 미흡
하다"고 지적하고 "이는 대학 연구소 등의 경쟁력이 취약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수기술의 평가 및 확산과 기술에 대한 투자유치를 위한 제도적
여건이 부족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로부터 국내 기술거래.이전.평가 시스템의 현주소와 발전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기술거래 시스템과 관련해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겐 국경이 있다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의 많은 연구가 연구만을 위한 연구에 그친 면이 없지 않다.

이제는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연구, 국가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와 같은 목적이 분명한 기술개발이 필요한 때다.

이를 위해선 정확한 평가에 기초한 기술거래를 통해 개발자와 개발기관에
정당한 몫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경제적 관점에서 기술개발과 거래 시스템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추진중인 한국기술거래소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견해는.

"우선 정부와 민간의 공동출자, 사장의 공개채용, 이사회중심의 운영,
재정자립을 통한 민간회사로의 전환 등 한국기술거래소와 관련된 정부의
기본 방침은 매우 적절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한 기술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나 기술거래 알선 등에만 그쳐선
안된다.

기술의 시장규모 예측을 위한 공정한 기구를 마련하고 전문가 조언을 바탕
으로 각 분야별 기술지도(technology map)를 만들어 이를 이용한 평가시스템
을 개발해야 한다.

또 기술거래소는 가치중립적 위치를 확보함으로써 은행 벤처캐피털 투자
기관 등이 자기책임하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론 기술증권 등 기술을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제도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기술거래소와 함께 기술거래사 제도가 생긴다고 하는데.

"국가공인의 기술거래사를 단기간 암기능력에 의한 자격검정을 통해 선발
하게 되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공학분야 교육을 받고 기업에서 일정기간 기술마케팅을 했거나 연구소에서
기술기획담당으로 활동한 사람 또는 투자자문회사에서 산업분석을 해본
사람을 중심으로 훈련시켜 기술거래사로 양성해야 할 것이다.

또 기술거래사가 3~5년 정도 기술거래소에서 일한 후엔 다시 벤처캐피털
벤처기업 투자자문회사 등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

-기술거래시장에서 민간부문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나.

"기술평가 및 거래는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원리에 맡겨야 한다.

초기에 인프라를 구축하고 공정성과 공공성을 확보한 다음엔 가능한한 빨리
민간주도형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통해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적극적 의미의 이익창출을 꾀해야 한다.

선진국의 기술 소스(source) 확보, 공동연구를 위한 인력파견, 기술판매를
통한 로열티수입 등 현재 민간부문이 하고 있는 일을 조직화시켜 기술거래
시스템에 편입시켜야 한다"

-벤처캐피털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기술거래가 벤처기업과 관련해서는 어떤
중요성을 갖는다고 보는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해오면서 경쟁력있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을 발전시키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인의 능력과 의지, 기업가정신
등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기술거래.이전에 있어서도 단순한 거래알선보다는 기술의 부가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기업인 또는 기업을 발굴해 연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필요할 경우 해당 기술을 가지고 창업할 수 있도록 기업경영
경험이 있는 인력의 육성관리 방안도 생각해 볼만하다"

-선진국의 기술거래.이전 시스템은 어떠한가.

"주요 선진국에선 기술평가.거래에 대한 오랜 기간의 경험이 데이터베이스
로 축적돼 있어 이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 기술수준 수익성 시장상황 등을 고려할 때 외국의 사례를 직접 도입
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선진국 사례조사를 기초로 국내 실정에 맞는 독자적인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이제는 원천기술 응용기술 상업화기술이 단계적으로 이전되던 시대가
지나고 거의 동시적으로 개발현장에서 직접 기술수요자에게 이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기술개발 단계 축소에 맞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 장경영 기자 longru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