튿어진 솔기 미어진 끝동은
솜씨 내어 깁는다마는

어디에 있느냐
나쁜 사람아

이 마음은 바늘과 실로
기워낼 재간이 없구나.

유안진(1941~) 시집 "꿈꾸는 손금" 에서

-----------------------------------------------------------------------

옷 튿어지고 미어진 것이야 얼마든지 말끔하게 깁고 꿰맬 수 있지만 사랑
하는 사람으로 해서 갈기갈기 찢기고 상처받은 마음은 기워낼 수 없다는
고전적인 사랑의 아포리즘이 주제다.

그런데도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은 두번째 연으로 인해서다.

사랑과 증오의 감정이 뒤섞여 있고 많은 사연이 내포되어 있는 "나쁜"이
가령 "그리운"으로 돼 있다고 생각해 보자.

얼마나 밋밋한 시가 되었겠는가.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