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북부의 "릴 삼각지대"가 유럽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로 부상하고
있다.

릴시는 파리에서 TGV(고속철도)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프랑스 제 4의
도시.

탄광산업 덕에 한때 경제 규모에서 파리와 어깨를 견주던 프랑스 북부의
대표적 도시다.

"릴 삼각지대"는 릴시를 정점으로 "발랑시엔" "렌" 등 3개 도시가 이루는
띠가 마치 정삼각형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프랑스 북부 지방인 "노르 드 칼레"의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이곳이
유럽대륙의 자동차 산업기지로 각광받게 된 것은 지리적 여건이 한몫을
단단히 했다.

대학과 기술연구소가 밀집해 있는데다 반경 5백km 안에 유럽 자동차 관련
업체의 3분의 2가 자리잡고 있다.

이 지역이 갖고 있는 또 다른 장점은 도로 철도 항만 등 교통인프라가
골고루 발달해 있는 점이다.

유럽 각지로 거미줄처럼 연결된 고속도로가 6백km, 철도가 1천5백km에
이른다.

인근에는 로테르담 앤트워프 브뤼셀 등 국제적인 공항과 항구가 포진,
물류거점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최근 발랑시엔 공장에 40억프랑(약 6억7천만 달러)
을 투자, 2001년 유럽시장을 겨냥한 신차생산을 준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가 릴 삼각지대 개발에 착수한 것은 10여년 전부터다.

이곳은 원래 광산 및 철광업 지대였으나 이들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차세대 선도산업을 육성한 것이다.

릴 삼각지대는 또 기업 경쟁력을 지원하는 민.관.학 연대의 거점으로
유명하다.

자동차와 관련 전자산업을 뒷받침하는 기술연구센터가 밀집해있다.

릴의 IEMIN(전자 및 마이크로전자연구소)을 비롯, 발랑시엔의
C3T(육상교통기술센터), CREPIM(내연물질개발연구센터), 렌의 CRITT-M2A
(기술혁신 및 이전지역센터)와 GRRT(교통연구지역그룹) 등 정부지원
기술센터 및 연구소가 2백50여개에 이른다.

이곳의 연구인력은 총 1만6천2백여명.

프랑스 전체 엔지니어의 10%가 노르 파 드 꺌레에서 배출되고 있다.

이들 연구소들은 전적으로 유럽연합(EU)과 정부 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민간기업이 이들 연구소에 과제를 의뢰해도 일체 드는 비용이 없다.

업체 관계자가 이곳의 연구원들과 직접 각종 실험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예약을 해놓으면 일정기간동안 실험실도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매년 이곳에 수십억 프랑의 예산을 지원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점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이 지역 연구책임자인 프랑소아 왈레 교수(프랑스 연구성소속)는 "독자적
으로 연구투자할 여력이 별로 없는 기업들이 연구소나 기술센터에 연구개발
업무를 아웃소싱함으로써 80%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 릴= 방형국 기자 bigjob@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