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것은 선언적인 의미가 크다.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이 안정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은의 독립성"을 금융시장에 과시하는 효과도 누렸다.

게다가 콜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10일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치지 않았다.

주가 장기금리 등이 의외로 안정된 모습이었다.

진작부터 콜금리 인상재료가 시장에 반영된데 따른 현상이다.

시장의 초점은 크게 두가지에 쏠리고 있다.

이번의 인상이 추가인상을 위한 시발점이 될 것인지와 한은의 뜻대로 장기
금리가 떨어질 것인지 여부다.

<> 통화정책의 기조가 바뀌었나 =전철환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을 하면서
그동안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추수적(accomodative)"라는 표현을 썼다.

선제적(preemptive)인 금리인상은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현재화되고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은 아니라는
얘기다.

전 총재는 또 "현재와 같은 여건에서는 당분간 추가적인 금리인상의 필요성
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종합해 보면 통화정책의 기조가 돈의 고삐를 죄는 긴축으로
돌아선 것 같지는 않다.

시장도 그의 말을 대체적으로 믿는 분위기다.

그러나 색다른 해석도 없지 않다.

김세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기조가 달라졌다고 판단하긴
어렵지만 시장의 변화를 점진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찬익 한화증권 채권팀장도 "통화정책의 방향이 선회하는 신호탄으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인 오석태 차장은 "오늘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

<> 장기금리 과연 떨어질까 =한은의 목표는 장단기금리차를 3%포인트 이내
로 축소하는 것이다.

콜금리가 연 5%인 것을 생각하면 3년만기 회사채금리는 8%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은은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덜해지면 장기채권에 대한 수요가
크게 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금리인상은 경기상승속도를 둔화시켜 장기금리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시장관계자들의 전망은 이와 크게 다르다.

김병철 동양증권 채권운용팀장은 "장기금리가 크게 떨어질 이유가 없다"며
"상반기에는 10%대 초반, 하반기에는 9%대 후반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
봤다.

채창균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장기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면
지표금리가 실세금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현상이 재현된다"며 "이는 채권거래
를 위축시킬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오석태 씨티은행 차장은 장기금리가 올해중 11.5%~12%로까지 높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경고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