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임준수 스크린 에세이) '내 어머니의 모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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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작년말 99년 세계영화 베스트10을 선정하면서
그 으뜸자리에 스페인영화 "내 어머니의 모든것"을 올려 놓았다.
2위에 오른 "매트릭스"를 흥미있게 본 입장에선 그보다 상위의 최우수작을
놓칠 수 없는 일.
더구나 세계적 시사지가 "이 영화를 보고 가슴이 찡하지 않으면 심장전문의
와 상담하라"고 주석까지 달았으니 심장체크를 안 볼 수 없었다.
영화를 본 뒷맛은 "심장불량"으로 나타났다.
다른 관객도 비슷해서 병원까지 갈 필요는 없겠다고 자위하면서도 가슴에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떨떠름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해외신문이 "눈물없이는 못 볼 영화"로 평했다는 이 명작이 국내 극장가에선
비슷한 반응의 소문조차 들리지 않으니 한국인의 가슴구조는 확실히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멜로물이라면 한국인의 가슴에 딱 들어맞는 장르인데 서양인의 심금을 울린
영화가 이 땅에서 먹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영화의 등장인물을 자세히 보면 한국인이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창녀출신 주인공에다 양성을 가진 성전환자가 나오는가 하면 동성애자도
있다.
그뿐아니라 에이즈환자와 임신한 수녀까지 등장한다.
모두가 눈물겨운 사연의 주인공인데도 이들에게 쉽사리 눈시울을 적시지
못하는 것은 한국인 특유의 편견때문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런 현상은 따뜻하지 못한 가슴과도 일맥상통 할 것이다.
아기를 낳고 숨지는 수녀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감동스토리다.
혈육을 갖고 싶어하는 에이즈환자에게 자신의 몸을 빌려주는 살신성인에선
할 말을 잃는다.
그러나 관객들은 그녀의 박애정신을 제쳐두고 수녀의 임신사실만 꼬집어
이를 부도덕시하는 것 같다.
그들이 더욱 의아해하는 것은 수녀의 아기를 에이즈남자와 살았던 또 다른
여인이 키운다는 점이다.
하긴 일반적인 여성심리로 볼때 상식밖의 일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국고아를 키우는 미국 양부모들이
한국교포에 대해 매우 못마땅해 한다는 소식이다.
입양아들에게 고국정서를 접촉할 기회를 주기 위해 한인교회에 데려가면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백인이 유색인종을 키우는 이유를 묻는 등 불쾌한
질문만 던진다는 것.
이런 현상은 한국인의 의식구조가 매우 이기적이며 편견이 빠져 있음을
뜻한다.
우리도 동성애자나 성전환자에게 따뜻한 시선을 주고 남의 자식을 혈육의
정으로 키우는 풍토속에서 살게 된다면 이런 영화를 보고나서 새삼스럽게
자신의 심장불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 편집위원 jsr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1일자 ).
그 으뜸자리에 스페인영화 "내 어머니의 모든것"을 올려 놓았다.
2위에 오른 "매트릭스"를 흥미있게 본 입장에선 그보다 상위의 최우수작을
놓칠 수 없는 일.
더구나 세계적 시사지가 "이 영화를 보고 가슴이 찡하지 않으면 심장전문의
와 상담하라"고 주석까지 달았으니 심장체크를 안 볼 수 없었다.
영화를 본 뒷맛은 "심장불량"으로 나타났다.
다른 관객도 비슷해서 병원까지 갈 필요는 없겠다고 자위하면서도 가슴에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떨떠름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해외신문이 "눈물없이는 못 볼 영화"로 평했다는 이 명작이 국내 극장가에선
비슷한 반응의 소문조차 들리지 않으니 한국인의 가슴구조는 확실히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멜로물이라면 한국인의 가슴에 딱 들어맞는 장르인데 서양인의 심금을 울린
영화가 이 땅에서 먹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영화의 등장인물을 자세히 보면 한국인이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창녀출신 주인공에다 양성을 가진 성전환자가 나오는가 하면 동성애자도
있다.
그뿐아니라 에이즈환자와 임신한 수녀까지 등장한다.
모두가 눈물겨운 사연의 주인공인데도 이들에게 쉽사리 눈시울을 적시지
못하는 것은 한국인 특유의 편견때문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런 현상은 따뜻하지 못한 가슴과도 일맥상통 할 것이다.
아기를 낳고 숨지는 수녀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감동스토리다.
혈육을 갖고 싶어하는 에이즈환자에게 자신의 몸을 빌려주는 살신성인에선
할 말을 잃는다.
그러나 관객들은 그녀의 박애정신을 제쳐두고 수녀의 임신사실만 꼬집어
이를 부도덕시하는 것 같다.
그들이 더욱 의아해하는 것은 수녀의 아기를 에이즈남자와 살았던 또 다른
여인이 키운다는 점이다.
하긴 일반적인 여성심리로 볼때 상식밖의 일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국고아를 키우는 미국 양부모들이
한국교포에 대해 매우 못마땅해 한다는 소식이다.
입양아들에게 고국정서를 접촉할 기회를 주기 위해 한인교회에 데려가면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백인이 유색인종을 키우는 이유를 묻는 등 불쾌한
질문만 던진다는 것.
이런 현상은 한국인의 의식구조가 매우 이기적이며 편견이 빠져 있음을
뜻한다.
우리도 동성애자나 성전환자에게 따뜻한 시선을 주고 남의 자식을 혈육의
정으로 키우는 풍토속에서 살게 된다면 이런 영화를 보고나서 새삼스럽게
자신의 심장불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 편집위원 jsr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