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나무에 내리는 눈" (Snow Falling on Cedars) 은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
휘말린 개인들에게 지워진 불행과 그 불행을 풀어줄 열쇠로서 사랑의 가치를
얘기한 드라마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후 인종적 편견속에 집단수용생활을 해야했던 미국거주
일본인 가족의 모습을 통해 폭력이 낳은 폭력의 악순환이 아닌 정의와 양심의
회복을 꾀한다.

"샤인"(1996년)으로 널리 알려진 스콧 힉스 감독이 데이비드 구터슨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해 꾸몄다.

할리우드의 한국계 스타 릭 윤이 출연한 것으로도 화제다.

피에드라는 2차대전의 와중에서도 미국인과 일본인이 화합해 사는 어촌마을.

일본의 진주만 기습 몇년후 이 마을에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일본인 가츠오 미야모토(릭 윤)가 살인자로 찍힌다.

일본인이란 이유만으로 결과가 뻔한 재판을 받는다.

그의 결백을 입증해줄 사람은 마을신문기자 이슈마엘(이단 호크).

가츠오의 부인 하츠에(유키 쿠도)의 첫사랑이다.

이슈마엘은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며 안타까워 하면서도 사회분위기를
거스르지 못한 채 갈등한다.

살인자를 쫓는 미스터리 문법에 법정드라마적 요소를 곁들인 영화는 눈으로
뒤덮인 삼나무숲의 정경과 어울려 깊고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화는 그러나 부수적인데 너무 많은 공을 들여 큰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힘을 분산시키고 말았다.

이슈마엘과 하츠에의 어린시절 교감을 보여주는데 쓸데없이 집착한 느낌이다

극 중반쯤 결말을 짐작할 수 있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를 반감시킨다.

릭 윤은 노출빈도가 적으며 연기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하다.

19일 개봉.

< 김재일 기자 kji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