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부동의 싯가총액 1위로 불렸던 한전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집중
매도공세로 3만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4월 1일 이후 최저가다.

한전은 11일 2만8천9백원에 마감돼 5일 연속 하락을 기록하며 3만원선
밑으로 추락했다.

주가추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기관과 외국인 매도공세로 꼽힌다.

기관투자가들은 10일 한전주식을 무려 2백만주나 순매도했다.

기관은 그에앞서 9일에도 58만주를 내다팔았다.

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외국인들은 한전주식을 발행주식의 30%(1억9천2백만주)만 소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외국인들이 11일 현재 갖고 있는 주식으 1억3천9백만주.

지난해 12월 15일보다 1천5백만주가 줄었다.

덕분에 주가는 전고점이었던 작년 11월25일 4만8천8백원에 비해 거의
반토막났다.

기관과 외국인은 한전을 왜 이렇게 대량 매도하는 것인가.

기관의 매도에 대해서는 한전 주가가 계속 떨어지자 일정비율이상 떨어지면
손절매를 한다는 차제 룰에 따라 매물을 쏟아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코스닥 주식을 사기위해 주가움직임이 무거은 한전을 매도하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외국인의 매각에 대해서는 우선 전력산업구조조정법이 흐지부지되고 있는데
따른 실망감 때문이라고 대우증권 손재성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전력산업 구조조정법은 6개 발전설비를 분할 매각한다는 것이 골자다.

쉽게 말해 전력시장을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초 정부의 이같은 방침이 정해진 뒤 외국인들은 적극적인 매수공세를
펼쳤다.

작년초 1억2천5백만주에 머물렀던 외국인들의 보유주식은 5월달에 3천2백만
주나 증가했다.

외국인들의 매수에 힘입어 한전은 지난해 6월28일 5만1천9백원의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력산업 구조조정법이 지난 정기국회에 상정조차되지 않으면서
외국인들은 지속적으로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또 다른 요인은 올해 사상최대의 경상이익(3조9천억원)을 낼 것으로 기대
되지만 투자비가 9조원이나 된다는 점이다.

캐쉬 플로로는 별로 좋은 실적이 아니라는 뜻이다.

올해 한전의 영업이익은 3조9천억원정도로 작년보다 40%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게다가 원화강세라는 우호적인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

외채가 많고 원재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원화강세는 엄청난
호재다.

하지만 투자비가 워낙 많아 이같은 호재가 희석되고 있다는 것.

대우증권 손재성 연구위원은 "최근 공기업의 해외매각에 대해 다시 논란이
일고 있긴 하나 전력산업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자체
통신망을 이용한 회선임대사업도 본격화할 예정인 만큼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 조주현기자 fores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