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활성화 계획이 마련된다고 한다.

재경부가 발표한 채권시장 활성화 추진 방안에 따르면 채권딜러간 중개회사
( Inter-Dealer Broker )와 채권전문 증권사가 설립되고 국채인수 자금을
정부가 환매조건부로 지원하는 외에도 다종다양한 국채 권종의 표준화
작업이 추진된다.

정부는 또 이자소득세 과세 방법을 개선하고 입찰 방식도 단일가 낙찰(더치
옥션. Dutch Auction )제도로 변경할 방침이다.

이같은 제도개선을 통해 국채가 대표적인 금리지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고 채권투자가 금융기관과 개인의 자산운용 수단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도록
채권시장을 본격 육성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가 채권시장의 육성을 위해 이처럼 국채 발행제도 개선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한 것은 일단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본다.

폭넓은 투자수요에 의해 뒷받침되는 국채시장을 갖추는 것은 국가 채무의
효율적인 관리뿐만 아니라 전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도
매우 긴요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미국의 경우 국채(TB)발행 잔액이 3조3천억달러에 달하고 하루 거래 규모
만도 약 1천9백억달러를 기록할 정도여서 그 자체로 세계 금융시장의 센터로
기능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TB는 특히 만기가 10년 이상인 장기물이 발행잔액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기관투자가들은 물론이고 연금수령자등 국민대중의 유력한 장기 재테크
수단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들어 국채 발행이 늘고 있다지만 대부분이 만기 1~3년의
단기물들이고 그나마도 금융기관들의 여유자금 운용 수단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발행잔액(99년말 현재 65조8천억원)에 비해 발행 권종이 지나치게 많고
적절한 간접투자 상품도 없어 일반인들의 투자수요를 자극하는데 한계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면에서 정부가 국채전용 펀드의 설립을 허용하고 이자소득세 과세방법
을 개선키로 하는등 다양한 투자 유인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부동자금이
크게 불어난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을 보더라도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채권시장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의 자율적인 금리결정
기능이 존중되고 인플레 기대심리가 진정되는등 질적 측면의 기반이 갖추어
져야 한다는 점은 설명이 필요없는 일이다.

정부가 시장의 금리결정 과정에 개입하거나 국채의 원활한 판매만을 의식해
금융기관들의 자율적인 투자선택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면 채권시장 육성
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당국은 특히 이런 점에 유의해서 채권시장 발전 계획을 구체화시켜주기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