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원유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 3개국이 원유 증산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배럴당 30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조만간 하락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멕시코 언론들은 3개국 석유장관이 최근 "현재의 유가는 너무 높은
수준으로 유가 인하를 위한 증산이 필요하다"는 점에 합의했으며 오는
3월2일 회동에서 이같은 입장을 분명하게 밝힐 예정이라고 12일 보도했다.

특히 루이스 텔레스 멕시코 석유장관은 "우리는 세계 경제에 피해를 주는
고유가 시대의 연장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오는 3월31일 이후에는 물량부족을
해소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멕시코 3국은 현재 취해지고 있는 석유수출국
기구(OPEC)의 감산조치를 주도하는 등 지난 2년간 OPEC의 산유정책을 사실상
조율해왔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증산 방침은 다른 OPEC 회원국들로 하여금 증산에
나서게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레이트 카타르 등도 증산 방침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지난 91년 걸프전이후 최고치를 치닫고 있는 국제유가가 조만간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본격적인 증산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걸림돌이 남아있다.

증산에 반대하는 OPEC 회원국을 설득해야할 뿐 아니라 증산할 경우
OPEC회원국은 물론 멕시코 오만 등 비회원국간에 어떻게 증산물량을 배분할
것인가 하는 점이 문제로 남는다.

지난달 트리폴리에서 회동했던 리비아 알제리 이란 등 3개 OPEC회원국들은
증산에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증산에 나서는 것같은 인상을 주는 것도 일부
국가들이 증산에 거부감을 갖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유가인하를 위해 최근 전략비축유 방출 등을 검토해왔다.

이와 관련, 멕시코의 텔레스 장관은 미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은 국제
석유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한다며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3개국이 증산 원칙을 정했다해도 실제 원유시장에서 공급이
늘어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지도 모른다.

따라서 오는 23일 열리는 아랍 석유장관 회담과 빌 리처드슨 미국
에너지장관의 25,25양일간 사우디 방문 결과에 따라 원유 증산 여부 및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OPEC는 오는 3월27일 총회에서 감산조치의 연장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한편 국제유가는 미국의 석유제품 재고가 23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진데다
정유업계의 공장가동률 저하로 지난주에는 장중한 때 배럴당 30달러(WTI,
3월인도물기준)를 넘어서기도 했다.

특히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 연속 상승, 11일에는 배럴당 29.44달러
까지 치솟는 등 30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 김선태 기자 orc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