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특수은행인 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을 일반
시중은행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은행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관치금융이 철폐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전 총재는 함정호 한은 수석조사역 등과 함께 펴낸 "한국 은행산업의 진로"
라는 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중앙은행 총재가 개별 은행의 진로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 특수은행 진로 =그는 "산업은행은 주된 지원대상인 기간산업의 비중이
낮아지데다 재정자금 차입금 비중이 감소해 공적 금융기관으로서의 특성이
퇴색했다"고 지적했다.

또 "자금조달을 채권발행과 차입금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일반은행과 차이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산은을 중장기금융 업무를 담당하는 일반은행으로 전환하고 정책
자금 지원업무는 이를 전담하는 기금형태로 분리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기업은행에 대해 그는 "지방중소기업금융 전담은행의 퇴출 등을 감안해
당분간 현행체제를 유지하되 앞으로 중소기업 부문의 금융상황을 보아 일반
은행으로 전환하고 상업조건부로 취급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자금은 별도기금
으로 분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장기 수출금융과 관련해 공적 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할 필요가
있는 수출입은행은 앞으로도 정부의 지원과 책임아래 운용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 관치금융 문제 =그는 "한국 은행산업이 발전하고 효율적인 선진 금융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관치금융에서 탈피하는 것이 선결조건"
이라고 강조했다.

은행이 정부의 불합리한 관여나 보호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능력으로 경쟁력
을 유지해 나가는 가운데 경쟁에서 낙오된 은행은 당연히 도태되도록 해야만
은행산업이 자생력을 갖춘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역할은 제도와 운용질서 개혁을 선도하되 시장구조나 가격결정
에는 개입하지 않아야 하고 시장기구의 원활한 작동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재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금리와 환율을 인위적으로 관리하는데 대한 충고로 들린다.

그는 또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금조달면에서 금융기관간 업무영역 규제와 과당경쟁 방지 등을 이유로
신상품 개발이 제한되고 있으며 표지어음의 경우 최단만기가 30일 이상으로
규제되고 있다"고 그는 꼬집었다.

<> 은행 소유 및 지배구조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아직 선진국에도 그런 사례가 없고 경제력 집중, 불공정행위, 자금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현행 소유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주의 경영감시 기능을 높이는게
좋겠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은행 이사회의 과반수를 차지하도록 돼있는 사외이사의 구성비율
을 더욱 확대(3분의 2 이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