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익률과 리스크관리 >

인간 심리란 참으로 못난 것이어서 남 잘되는 걸 썩 유쾌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도 그래서 생겨났다.

성인군자도 아닌데 축하이전에 시기심이 먼저 고개를 드는 건 어찌할 방법이
없다.

주식에서 투자자를 초토화시키는 주범도 따지고 보면 대부분 상대적 빈곤감
이라는 이 못난 심성이다.

하루 세끼 걱정없이 살던 집도 옆집 누구 누구가 며칠만에 얼마를 벌었단
말에 괜한 부부싸움을 벌인다.

누가 단기간에 몇십배 수익을 냈다는 보도에는 입맛이 뚝 떨어진다.

종목 하나 잘 찍어서 상한가 몇번 먹고 나왔다는 소문은 내가 하한가 맞은
것보다 더 충격적이다.

그래서 마침내 "나도 한번"하고 덤비지만 십중팔구 오래지않아 쭉 뻗어
버린다.

상대적 빈곤이 절대적 빈곤으로 바뀌는 장면이다.

좋다, 그랬다 치자.

그런데 그게 뭐 크게 나무랄 일인가.

주식을 하다보면 깨질 수도 있는 일이지.

그리고 많이 벌었다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건 인지상정 아닌가.

일리 있는 변명같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런 동기로 시작해서 그렇게 깨진 것은 투자에서 손실을 본게 아니다.

돈을 보따리에 싸서 갖다 버린 것이다.

패배가 뻔히 눈에 보이는 게임을 했다는 말이다.

무슨 뜻인가.

알기 쉽게 고스톱에 빗대서 한번 얘기해 보자.

A, B가 각각 1만원씩 가지고 쳤는데 A는 4천원을, B는 2만원을 벌었다.

수익률이 각각 40%와 2백%다.

수익률만 보면 B가 월등히 낫다.

하지만 진정 칭찬받고 부러움의 대상이 돼야할 사람은 A다.

왜냐하면 A는 점당 백원을, 그리고 B는 점당 천원을 쳤기 때문이다.

B에 비해 위험이 10분의 1이었음을 감안하면 A가 실력이 두배라는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A를 높이 평가해줘야 하는 부분은 애당초 점당 천원짜리
판에는 끼여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패 나쁘고 뒷손 안맞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그런 판에 잘못 들어가 스리고에 피박 한번만 쓰면 끝장임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운칠기삼의 기본 진리를 잘 배운 사람이다.

이렇듯 리스크 관리의 측면에서도 A는 B보다 한참 고수다.

그런데 우리는 엉뚱한 B를 가지고 법석을 떤다는 게 내 변의 골자다.

과정은 무시한 채 결과만 두고서 경이적인 수익률이니 독특한 기법이니
난리다.

총알 한 알이 든 6연발 리볼보 권총을 관자놀이에 대고 쏘는 러시안 룰렛
플레이어를 영웅시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 사람을 모델로 삼아 "죽기 게임"을 하느니 차라리 돈보따리를 한강에
버리는 게 시간도 절약되고 신경도 덜 쓰인다.

2백년 전통의 영국 베어링스은행도 닉 리슨에 의해 하루아침에 갔다.

노벨상에 빛나는 롱텀 캐피털도 불과 몇 시간만에 망해버렸다.

위험을 모르는 사람은 때가 언제냐일 뿐이지 죽는 것은 시간문제다.

주식시장은 일확천금을 거둬 들이는 곳이 아니다.

적절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시장이 벌어주는 만큼만 가져갈 수 있는 곳이다.

몇 달만에 몇 천%를 번 사람보다 큰 편차없이 매년 평균 20%씩 버는 사람이
진짜 선수다.

어떤 사람을 부러워할 것인가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자.

< 현대증권 투자클리닉센터 원장 한경머니 자문위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