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코리아 2000] 제2부 : (8) '자금지원 시스템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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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bps급 "전력선 통신모뎀"을 개발한 기인텔레콤(대표 이기원).
일반 전화선(56Kbps)보다 약 20배 빠른 속도로 인터넷 통신을 하도록 하는
최첨단 장비를 만들었다.
전력선 통신기술은 가정이나 사무실에 설치된 전력선을 음성과 데이터 전송
수단으로 사용한다.
CATV전송망이나 광케이블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아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시골에서도 전원 플러그만 있으면 고속 통신을 할 수 있다.
전력선 통신은 서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관련 연구가 진행중이지만 아직
상용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런 고난도 기술을 실현시켜 주는 모뎀 시제품을 한국의 벤처기업이
개발한 것.
기인텔레콤은 전력선 통신 전송속도를 10Mbps급으로 높이기 위해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정부 각 부처간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지난해 10월부터 약 두달간 연구가 지연됐었다.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가 2백억원짜리 프로젝트를 국책과제로 선정해
서로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중복"과제로 찍혀 프로젝트 자체가
송두리째 없어져버릴 위기에 빠졌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의 국가 연구개발 예산은 약 3조2천억원.
한편 국내 대기업인 삼성은 작년 순수 R&D(연구개발)에만 2조1천억원을
투자했다.
시설투자(5조3천억원)비용까지 감안하면 정부 연구개발예산의 2배를 훨씬
웃도는 수치.
<>부처 이기주의 버려야 =정부 각 부처는 개별 과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비슷한 프로젝트에 너도나도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부처간 과학기술 주도권 다툼탓에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은 물론,
애꿎은 기술인력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각 부처간 임무와 역할을 분명히 하고 조정기능을 강화해 업무가 겹쳐서
예산이 낭비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임창만 한국산업기술평가원(ITEP) 사업관리실장은 "과학기술부는 기초.원천
기술 중심의 장기적인 과제를, 산업자원부는 기업에서 곧바로 응용해 사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 등 부처별 특성에 맞게끔 과제를 골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과제에 정부개입 줄여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선임연구원인
H씨(36)는 "정통부 과제는 최근 들어 2년 이내에 한 아이템을 완성하도록
바뀌었다"며 "과제운영을 책임지는 정부 관료들은 연구원들에게 적어도 5년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연구결과를 2년안에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식"이라고 털어놨다.
과제 선정뿐이 아니다.
박승덕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명예연구원은 "대부분의 연구소는 매년 평가보고
만 하다가 세월을 다 보낸다"며 "극심한 정부 규제탓에 연구분위기가 저해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과학기술 예산이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이상 정부의 개입이 없을 수는 없다.
김한중 대우고등기술연구원장은 그러나 "연구 성과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 대해서까지 일일이 평가하는 것은 곤란
하다"고 말했다.
<>사업주체 선정엔 한계를 둬야 =공개경쟁을 통해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주체를 결정할 때 과제별 성격에 맞춰 "한정적인 경쟁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행 예산제도는 크게 각 출연연구기관별 "기관고유사업"과 각 부처별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나뉘어 있다.
후자의 경우 공개경쟁 방식에 의해 연구과제를 채택한다.
효율적이고 수준 높은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서 연구자들끼리의 경쟁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학 기업 연구소가 한군데 뒤엉켜 경쟁을 해서는 제대로
된 연구가 나오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김은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국가연구개발사업 자금지원
체제는 기업 대학 정부출연연구소 등 산.학.연 "선수"들이 협력은 커녕 같은
"시합장" 안에서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을 하도록 부채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무조건 연구비만 많이 따오려는 연구자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와는 거리가
먼 과제에까지 손을 뻗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채영복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연구주체 고유의 색깔을 잃어버린 전문성
없는 연구만 늘어 괜찮은 "결과(output)"는 나올지 몰라도 쓸 만한 "성과
(fruit)"는 얻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선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과제에 응모할 책임
연구주체를 기업 연구소 대학별로 한정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각 연구주체끼리의 "내부"경쟁 시스템을 도입해 기업 대학 출연연구소가
본래의 설립 목적과 임무에 걸맞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방실 기자 smil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4일자 ).
일반 전화선(56Kbps)보다 약 20배 빠른 속도로 인터넷 통신을 하도록 하는
최첨단 장비를 만들었다.
전력선 통신기술은 가정이나 사무실에 설치된 전력선을 음성과 데이터 전송
수단으로 사용한다.
CATV전송망이나 광케이블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아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시골에서도 전원 플러그만 있으면 고속 통신을 할 수 있다.
전력선 통신은 서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관련 연구가 진행중이지만 아직
상용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런 고난도 기술을 실현시켜 주는 모뎀 시제품을 한국의 벤처기업이
개발한 것.
기인텔레콤은 전력선 통신 전송속도를 10Mbps급으로 높이기 위해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정부 각 부처간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지난해 10월부터 약 두달간 연구가 지연됐었다.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가 2백억원짜리 프로젝트를 국책과제로 선정해
서로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중복"과제로 찍혀 프로젝트 자체가
송두리째 없어져버릴 위기에 빠졌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의 국가 연구개발 예산은 약 3조2천억원.
한편 국내 대기업인 삼성은 작년 순수 R&D(연구개발)에만 2조1천억원을
투자했다.
시설투자(5조3천억원)비용까지 감안하면 정부 연구개발예산의 2배를 훨씬
웃도는 수치.
<>부처 이기주의 버려야 =정부 각 부처는 개별 과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비슷한 프로젝트에 너도나도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부처간 과학기술 주도권 다툼탓에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은 물론,
애꿎은 기술인력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각 부처간 임무와 역할을 분명히 하고 조정기능을 강화해 업무가 겹쳐서
예산이 낭비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임창만 한국산업기술평가원(ITEP) 사업관리실장은 "과학기술부는 기초.원천
기술 중심의 장기적인 과제를, 산업자원부는 기업에서 곧바로 응용해 사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 등 부처별 특성에 맞게끔 과제를 골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과제에 정부개입 줄여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선임연구원인
H씨(36)는 "정통부 과제는 최근 들어 2년 이내에 한 아이템을 완성하도록
바뀌었다"며 "과제운영을 책임지는 정부 관료들은 연구원들에게 적어도 5년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연구결과를 2년안에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식"이라고 털어놨다.
과제 선정뿐이 아니다.
박승덕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명예연구원은 "대부분의 연구소는 매년 평가보고
만 하다가 세월을 다 보낸다"며 "극심한 정부 규제탓에 연구분위기가 저해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과학기술 예산이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이상 정부의 개입이 없을 수는 없다.
김한중 대우고등기술연구원장은 그러나 "연구 성과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 대해서까지 일일이 평가하는 것은 곤란
하다"고 말했다.
<>사업주체 선정엔 한계를 둬야 =공개경쟁을 통해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주체를 결정할 때 과제별 성격에 맞춰 "한정적인 경쟁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행 예산제도는 크게 각 출연연구기관별 "기관고유사업"과 각 부처별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나뉘어 있다.
후자의 경우 공개경쟁 방식에 의해 연구과제를 채택한다.
효율적이고 수준 높은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서 연구자들끼리의 경쟁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학 기업 연구소가 한군데 뒤엉켜 경쟁을 해서는 제대로
된 연구가 나오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김은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국가연구개발사업 자금지원
체제는 기업 대학 정부출연연구소 등 산.학.연 "선수"들이 협력은 커녕 같은
"시합장" 안에서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을 하도록 부채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무조건 연구비만 많이 따오려는 연구자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와는 거리가
먼 과제에까지 손을 뻗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채영복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연구주체 고유의 색깔을 잃어버린 전문성
없는 연구만 늘어 괜찮은 "결과(output)"는 나올지 몰라도 쓸 만한 "성과
(fruit)"는 얻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선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과제에 응모할 책임
연구주체를 기업 연구소 대학별로 한정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각 연구주체끼리의 "내부"경쟁 시스템을 도입해 기업 대학 출연연구소가
본래의 설립 목적과 임무에 걸맞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방실 기자 smil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