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과학기술은 기초.응용.개발단계의 기술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고 있는
추세다. 산.학.연 협동과 경쟁을 통해서 효율적인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있으리라 본다"

유희열(53) 과학기술부 기획관리실장은 "기업 대학 연구소 등 각 연구주체
들끼리 경쟁을 거쳐야만 실제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성과가 나올 수
있다"며 "경영혁신을 통해 연구원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지리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나와 영국 서섹스대학에서
과학기술정책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행시 7기 출신으로 과학기술처 기술개발국과 기술협력국 국장, 국립중앙
과학관 관장 등을 거쳐 지난 98년부터 과학기술부 기획관리실장직을 맡고
있다.

-정부의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자금지원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과학기술 정책의 기본 방향을 세운 후 전문가들을 모아 기술 수요에 맞춰
신규 사업을 기획한다.

이후 제안요구서(RFP)를 공고하고 공개경쟁을 통해 과제를 선정한다.

연구비를 지급하고 연구 진행상황을 점검해 다음해 과제를 선정하는 데
반영한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연구결과와 활용실태를 평가한다"

-지원 방식에 있어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개별 프로젝트만 놓고 본다면 연구개발사업 절차상의 효율은 높은 편이다.

다만 여러 부처에서 국가연구개발사업을 하다보니 부처간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가끔 생긴다.

중복투자 등 쓸데없는 예산낭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업간 부처간 업무
조정을 효율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

지난해 과학기술부는 과학기술정책국을 과학기술정책실로 승격시켰다.

정부차원에서도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고 각 부처 장관이 참여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설치해 연구사업에 대한 종합조정능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학기술계는 투자대비 효율이 낮다는 지적이 있다.

투자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일괄적으로 과학기술연구의 효율성을 따지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더구나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해 본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진 것도 90년대
들어서였다.

현재의 투자는 4~5년 뒤에나 평가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본다"

-연구과제중심경영제도(PBS)에 대해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불만이 많은데.

"연구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PBS를 시행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PBS도입에 따라 대학이나 기업에 비해 인건비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출연연구기관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프로(출연연구소)"와 "아마추어(대학.기업)"의 대결에서 프로가
불리한 입장에 있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이같은 문제점은 PBS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도의 적용범위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부처 국가연구개발사업에 PBS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연구자들끼리 공개경쟁을 거칠 때에만 생산성 높은 연구성과가 나올 수
있다"

-정부의 과학기술 투자가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각 연구주체(기업
대학 연구소)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각자의 임무에 충실하는 것은 물론 기술을 거래할 수 있는 유통체계와
산.학.연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더욱 힘써야 한다.

대학이나 출연연구소에서 벤처기업을 배출하는 등 각 연구주체끼리 연구
성과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져 애써 내놓은 과학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 이방실 기자 smil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