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사흘째 정형근 의원에 대한 검찰의 체포를 거부하자 새천년
민주당은 법을 지키라고 한나라당에 요구하는 등 여야는 14일에도 정 의원
사태에 대한 한치 양보없는 공방을 거듭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를 "법의 이름을 빈 정치공작"이라 반발하면서도
정치적 탄압이 아닐 경우 출두시키겠다며 강경과 온건 전략을 병행했다.

민주당은 공격의 촛점을 법조인 출신인 이회창 총재로 옮겨 여야 모두 이번
사태를 총선과 연계해 여론몰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날 열린 당6역회의에서 <>이회창 총재가 정 의원의 자진출두를
약속했는지 <>이 총재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하자가 있다고 보는지 등
6개항의 공개질의서를 채택했다.

또 정 의원이 탄압받는 의원인지, 범법자인지 대법관 출신으로서 이 총재의
판단을 구하며 "광란의 시대" 운운한 정 의원의 망언에 이 총재가 동의하느냐
고 물었다.

정동영 대변인은 "서민 같으면 단 한차례만 검찰 출두에 불응해도 기소
중지자가 되는데 정 의원은 무려 23차례나 불응했다"고 강조했다.

당초 정치적 부담을 고려, 대야 공세의 수위를 조절했던 민주당이 이처럼
강공으로 선회한 데에는 정 의원 파문이 장기화될수록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법감정을 감안하면 한나라당의 태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더욱
높아질 것이고 수도권의 호남표 결집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게 민주당의
자체 분석이다.

이회창 총재의 이미지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점도 강공의
또다른 배경이다.

정 대변인이 "자기는 "멋대로"이면서 남에게는 "법대로""라며 이 총재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검찰의 정 의원 체포시도는
긴급체포의 요건을 못갖췄을 뿐 아니라 집단적으로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도저히 정당한 국가권력의 행사로 볼수 없다"며 야당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우리당이 영장자체에 항거하고 있는 인상을 주는 것은
유감"이라며 법 집행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또 15일 야당단독으로라도 임시국회를 진행해 "언론문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한편 김대중 대통령의 김정일에 대한 발언, 선거법위반
등 법사 행자 과기정통 국방위 등 4개 상임위를 열어 공세를 계속 펴나가기로
했다.

특히 명예훼손 문제로 인한 현역의원 체포는 "총선공작"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 의원을 정치적으로 부당하게 구속하지 않겠다면
언제든지 검찰에 출두시켜 정정당당히 조사에 응하도록 할 것"(이 총재)
이라며 자진출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비난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총선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15일 야당단독으로 열린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한뒤 정 의원이
자진출두 형식을 빌어 검찰에 나가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 의원도 이날 "검찰출두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며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 정태웅.김남국 기자 reda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