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4일 발표한 올해 업무추진계획은 큰 틀에서 보면 예년과
크게 다를바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올해 공정위의 업무계획에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공정거래
정책을 어떻게 구사하느냐에 따라 올해부터 추진되는 2단계 경제개혁의 성패
가 좌우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그동안 기업구조조정을 압박하는 여러가지 조치들을 강도높게
구사한바 있다.

말하자면 금융부문과 함께 직접적인 정부 독려의 선봉에 섰다는 얘기다.

그같은 공정거래법 운용은 한편으로 선단식 경영의 폐해를 시정하는 기틀을
세우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볼수 있지만 민간기업의 자율과 창의를 제약
하는 부작용도 적지않았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예컨대 30대기업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이나 부당
내부거래 조사 및 징계조치등은 명분과 기준적용에 있어서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 과도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그같은 사례 가운데 하나다.

물론 무분별한 다각화와 부당내부거래 등은 기업단위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철저히 근절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기업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경영행위까지 정부가 간섭하거나 부당내부
거래의 기준을 너무 광범하게 적용함으로써 통상적인 기업활동까지 위축시키
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정부가 밝힌대로 2단계 기업개혁이 그간의 기업재무구조 개선등의
성과를 토대로 합리적인 경영관행과 의식을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한다면 과거와 같은 우격다짐식 정책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체제하에서 경제정책의 기축은 재정을 제외한다면 금융과 공정거래
가 핵심을 이룬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비상체제로 운용돼온 경제정책은 이제부터 명실상부한
시장경제의 정착에 역점을 두어야 할 때다.

그런 점에서 올해 공정위가 수립한 정책 하나 하나는 어느때보다 막중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정위의 올해 업무계획은 기업구조조정의 지속적 추진을 뒷받침하겠다는
것 이외에도 경쟁제한적인 제도와 관행의 개선, 중소.벤처기업 지원,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권 보장 등 통상적인 과제들이 많다.

그러나 공기업부문의 불공정거래행위 단속과 전자상거래 확대에 따른
공정경쟁 질서 구축등은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주요과제다.

다만 업무추진에 있어서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무리없는 공정거래법의 적용이
무엇보다 긴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