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장들이 정치활동을 공식 선언한 14일 서울 조선호텔 2층에는
김영호 산업자원부 장관도 참석했다.

당연히 재계정치활동에 대한 김장관의 반응에 관심이 모아졌따.

하지만 김 장관은 1시간여동안 머무르면서 어색한 분위기 속에 정치활동을
애써 외면했다.

경단협 정기총회가 열리기 직전 5단체장 회의에서 기자들이 정치활동에
대해 한마디 해 달라고 했으나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정기총회가 끝나고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모인 자리에서도 다른 얘기를 했다.

손병두 전경련 상근 부회장이 "과거 산업자원부는 재계의 입장을 많이
대변해 주었다"고 운을 떼자 그는 "취임이후 청와대 업무보고를 할때
제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우회적으로 답변했다.

박상희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장이 "최근 노동부는 전혀 한게 없다"며
노동부를 비난하면서 산자부의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김 장관은 얼른 화제를 다른데로 돌려버렸다.

김 장관이 재계 정치활동에 대해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미 조선호텔앞에서는 재계의 정치활동에 반대하는 노동단체의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재계 정치활동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재계의 정치활동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일까.

물론 반대하는 입장이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재계의 정치활동은 노동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노동계에서는 재계 정치활동을 두고 정경유착이라는 비난을 하고 있다.

이때문에 재계 대표들은 정부측의 반응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눈치다.

조남홍 경총 부회장도 의정평가 위원회의 활동결과를 대외에 공표하지
않고 회원사들의 정보용으로만 사용하겠다고 밝혀 정치활동 선언 초기에
비해 다소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김 장관의 몸조심 입조심을 놓고 현 정부의 "좌고우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선거를 앞둔 정부로선 노동계의 눈치도 봐야하고 그렇다고 해서 재계의
정치적인 몸짓에 대해 드러내놓고 못마땅해 하기엔 정치적으로 잃는 것이
너무 크다고 계산하는 것같다는 얘기다.

이번 선거 다음엔 본격적인 노동의 계절이 열리게 되는데 정부의 어정쩡한
양다리걸치기가 언제까지 먹힐지 관심거리다.

< 박주병 산업부 기자 jbpar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