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 미국 대통령 >

90년대 초반부터 미국경제는 낮은 인플레속에 사상 최장기의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덕분에 미국 경제는 신경제( New Economy )라는 찬사를 얻고 있다.

미국 경제가 장기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원동력은 크게 4가지다.

첫째 80년대 들어 미국 기업들이 조직축소와 인원감축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키웠다는 점이다.

이런 노력은 90년대 초까지 계속됐다.

둘째 90년대 들어 하이테크산업이 폭발적으로 급성장한 점이다.

정보기술(IT)산업의 발달로 컴퓨터와 인터넷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노동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

생산성 향상은 국내총생산(GDP)을 크게 늘렸고 동시에 임금상승을 억제해
인플레 압력을 낮췄다.

신경제 창출의 선구적 역할을 한 셈이다.

셋째 미국 노동자들이 글로벌 경제의 이점을 인식하고 이를 기꺼이
받아들인 점이다.

나아가 노동자들은 임금인상 요구도 자제해 인플레가 촉발되지 않도록
하는 데 공헌했다.

넷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로를 들 수 있다.

사실 FRB가 장기호황을 이끌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은 과거 경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이른바
신경제가 도래하도록 하는 데 일조했다.

지난 1백7개월의 경기확장기 동안 시의적절하게 금리를 올리거나 내려온
그린스펀 의장의 통화정책 덕분에 미국경제는 인플레압력을 받지 않았다.

게다가 적절한 금리정책으로 경기상승세를 꺾는 우를 범하지 않은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도 경기활황에 일조했다.

물론 집권당인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지난 93년 입법된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법이다.

이 덕택에 80년대 이후 무역적자와 함께 미국경제의 위협요인으로 지목
받아온 재정적자가 98년부터 흑자로 돌아서는 전기를 마련했다.

돌이켜보면 재정적자 감축안은 사실 그동안의 관념을 뒤바꿔놓은 드라마틱한
것이었다.

물론 재정수지가 흑자기조로 전환되면서 공화당은 세금인하 목소리를 한층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세금인하보다는 재정지출을 늘려 흑자폭을 줄이는 쪽을 선호하고
있다.

이같은 논쟁은 경제메커니즘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선후보들이 재정흑자와 관련해 세금감면 주장을 펴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자유다.

그러나 정부가 재정흑자기조를 지속해 나갈 경우 그만큼 정부와 국가의
신뢰도가 높아지게 되고 이는 정부의 정책수행 능력을 한층 제고시키게 될
것이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경선에 나선 앨 고어 부통령은 최근 경기침체가 오면
정부부문의 다운사이징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 말은 조심스럽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그와 나는 대규모 세금인하로 정부가 공공부채를 갚아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

물론 경기가 하강국면에 들어서면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미국경제가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졌을 때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할 것이냐의 문제와는 다른 것이다.

지금과 지난 91년을 비교해 보면 나라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90년대 초만 해도 상당수 국민들은 좌절에 빠져있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었다.

지금은 사정이 정반대다.

국민들은 자신감에 가득 차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넘쳐나고 있다.

물론 아직 상당수 사람들은 미국경제가 전통적인 경제이론에 나오는 수요와
공급이론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재정적자를 없앰으로써 뭔가가 바뀌었다는 사실은
분명히 느끼고 있다.

신경제의 이면에는 소득불균형이라는 어두운 면도 있다.

정부는 소득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소득세율을 상향조정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과도한 공공부채 등 경기활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요인도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에는 10년전의 경기침체나
오일쇼크로 휘청거렸던 20년전의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경제는 그 정도의 쇼크는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해졌다.

혹자들은 소비붐으로 야기된 미국의 민간부채확대를 미국경제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라고 지적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 주가가 떨어지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물론 어떤 부문에서 문제가 터져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비붐은 경제의 장기호황에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

< 정리=박영태 기자 pyt@ked.co.kr >

-----------------------------------------------------------------------

<>이 글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비즈니스위크지와의 회견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