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커 잡는 해커'' 서둘러 양성 ]

유명 인터넷 사이트들이 해커의 공격으로 함락되면서 해킹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이트 인증마크 부여" "보안사범 처벌강화" 등 응급처치부터 "해커양성화"
"반 인터넷 정서 해소" 등 근본적인 해결책까지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정부는 정통부를 중심으로 검찰청, 경찰청, 국가정보원, 관련 연구단체와
공동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통부는 우선 한국정보보호센터와 민간 보안전문가들로 "인터넷사이트
운영시스템 종합보호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사이트 운영자가 지켜야할 "안전
및 신뢰확보 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또 시스템 안전성에 대한 평가 기준을 마련, 내달부터 우수사이트에
대해서는 "안전한 인터넷사이트 인증마크"를 부여키로 했다.

이와 함께 올해안에 "정보통신기반 보호법"을 제정, 금융 통신 등 국가
기간망을 대상으로 보호대상 시설을 지정하고 중요도에 따라 등급을 관리
하기로 했다.

보안 침해 사범에 대한 처벌도 크게 강화한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대책 못지 않게 좀 더 세부적이고 현실적인 정보보호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전산망을 점검하거나 사이버 범죄 수사 체계를 강화하는 것 등은 임시방편
에 지나지 않는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선 시급한 것이 정보보호 전문인력 양성이다.

이와 관련해 여러 대책들이 논의될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음지에서 활동
하는 해커를 양지로 끌어내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누가 뭐라 해도 해커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바로 해커이기 때문이다.

경찰청과 정보보호센터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국내에서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해커 수는 2천2백여명 수준.

대략 30개의 해커 서클이 인터넷이나 PC통신에서 소모임 형태로 사이트를
갖고 활동중이다.

여기에 각 대학 해커 서클을 합친다면 50여개의 양성적인 해커 그룹이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는 단순히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해 장난으로 활동하는 해커도
있지만 일반 컴퓨터 전문가 못지 않은 실력을 갖춘 해커도 상당수다.

이들을 양지로 끌어내 사이버 범죄를 예방하거나 각종 정보보호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 "해커양성화론"의 골자다.

다행히 국내 해커들의 실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며 기본적인 도덕성은 갖추고
있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국내 주요 보안업체에 해커 출신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는 것과 국내에서
최고의 해커들이 모였다는 서울대나 KAIST, 포항공대의 해커 서클이 보안
컨설팅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이러한 사실을 입증한다.

해커 양성에 성공한 경우가 "해커잡는 해커"들의 회사인 해커스랩
(www.hackerslab.com).

인터넷 보안솔루션업체인 시큐어소프트가 최근 독립회사로 출범시킨
해커스랩은 경찰청 컴퓨터범죄수사대 출신의 이정남 이사가 대표를 맡았고
10명의 정예 해커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해커들의 경로를 추적하고 해킹사이트를 체계적으로 분석, 보안기술
을 개발해 이를 제품개발에 접목시키고 있다.

나아가 대다수 보안 전문기업들과 해킹 정보를 공유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이정남 대표는 해커들을 보안전문가로 양성하겠다는 결심으로 시큐어소프트
에 합류, "해커 10만양병설"을 주창하며 건설적인 해커 양성에 앞장서 왔다.

일부에서는 해킹문제에 대해 "반 인터넷 상업주의"와 "기존 유통업자의
반발"이라는 더욱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반 인터넷 상업주의" 정서는 인터넷이 "비즈니스의 수단"이 되기보다는
"정보공유"의 공간이 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러한 생각은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기존 유통업자들의 반발도 전자상거래 확산에서 무시못할 복병이다.

신생 전자상거래 업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기존 유통업자들에게는 인터넷은
치명적인 존재다.

리바이스가 대리점들의 반발로 인터넷 직판을 중지했다는 소식은 기존
유통업체의 반발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 준다.

"반 인터넷 정서"를 가진 사람들은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전자상거래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정서를 어떻게 해소하는가가 전자상거래 활성화의 과제로 남아 있다.

< keddy@ked.co.kr (www.ked.co.kr/keddy)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