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주식을 팔아 코스닥비중을 높이던 펀드매니저의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바이 코스닥"을 외치며 코스닥에 불을 지폈던 외국인이 차익매물을 내놓자
코스닥지수가 폭락세로 돌변한 때문이다.

거래소시장을 다시 돌아봤지만 그곳 역시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투신사 펀드매니저들이 고민에 빠졌다.

코스닥비중을 추가로 확대하자니 가격대가 만만치 않고 거래소시장를
지키자니 "왕따"를 당할까 두려운 상황이다.

펀드매니저들은 현재 거래소시장의 수급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스닥시장 역시 기관의 비중확대는 지속될 전망이지만 단기적으론 차익
매물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 악화되는 거래소의 수급 =특별한 악재없이 주가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수급악화가 주범이다.

개인은 이미 코스닥으로 발길을 돌린지 오래고 투신사 조차 코스닥주식을
사기 위해 상장주식을 내다팔고 있는 지경이다.

투신사들은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거래소에서 무려 8천1백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주요 매도종목은 포항제철(순매도 1천6백30억원) 한국전력(1천1백84억원)
현대전자(6백98억원) LG전자(6백60억원) 국민은행(5백90억원)등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 우량주가 대부분이다.

특히 15일에는 외국인마저 매도세에 가담해 수급이 완전히 무너지는
양상이었다.

펀드매니저들은 수급악화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춘수 대한투신 펀드매니저는 "과거 펀드환매가 일어날 지수대가 아닌
900선 부근에서도 환매가 일어나고 있다"며 "상당수 간접투자 고객이 지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가상승시 환매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 코스닥의 수급불안 조짐 =펀드에 신규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만큼 투신사
들은 손놀림이 가볍지 못하다.

강신우 현대투신운용 펀드매니저는 "거래소시장에서 저평가된 종목이 수두룩
하지만 매력적이지 못하고, 코스닥시장에서는 매력적인 종목이 많지만 가격대
가 부담스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스닥시장이 장기적인 상승국면에 진입한 것은 분명하지만 단기적으로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투신권이 수익률 경쟁을 위해 코스닥주식을 앞다퉈 매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스닥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투신권에서 급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코스닥시장의 하락하면 할수록 코스닥비중이 높은 펀드가 수익률 경쟁에서
오히려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한통프리텔 한솔피씨에스등 투신사가 선호하는
대형주가 하락세로 돌아서자 기관의 급매물이 쇄도했다.

<> 기관 전략 =거래소시장의 경우 추가적인 급락세는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영수 동양오리온투신 펀드매니저는 단기적으로 급락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급락세는 없을 것이나 투자심리가 회복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거래소종목에서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기관의
저가매수세가 다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저가매수에 나서겠다(이춘수 펀드
매니저)"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 장진모 기자 j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