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은 1990년 2월에 나와 지난해말까지 모두 3백90만
권이 팔려나간 베스트셀러다.

아마 역사에서 소재를 따오고 허구를 섞어만드는 소설기법으로 이처럼 성공
한 작품은 없을성 싶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역사적으로 허준이 서출이고 그가 "동의보감"을 지었다
는 것 외에는 별로 없다.

창작에 더 가까웠다고나 할까.

또 이 소설이 1976년 방영된 "집념"이란 드라마를 소설화한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도 많지 않은 것같다.

조선중기의 어의였던 허준(1546~1615)은 개인 기록이 거의 없는 인물이다.

남아 있는 것은 저서와 관직 등 공식 기록이 고작이다.

그러나 옛날이야기 중에는 "명의 허준" "군칭호를 얻은 허준" "허준선생
의술"등이 전해져 온다.

대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일찍 부모를 여읜 허준이 도사를 따라가 의술을
배우고 명나라에 가서까지 의술을 떨치다가 고국에 돌아와 백성들을 위해
의술을 펼친다는 줄거리다.

결국 "소설 동의보감"의 성공은 민심속에 살아 있는 허준의 명성에 불멸의
신화를 부여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 이 "소설 동의보감"을 원작으로 한 TV드라마 "허준"이 안방극장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고 해서 화제다.

드라마 "허준"의 작가는 서민을 감싸는 허준의 인간미에 매료된 현대인들이
그를 "영웅"으로 생각하는 것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라고 한다지만 꼭 그것
만인지는 모르겠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역시 아기자기하게 재미있는 극적인 스토리 전개가 인기
를 끄는 요인일 게다.

"허준"은 역시 허구로 꾸민 그저 재미있는 드라마일 뿐이다.

1백50년 뒤의 인물을 허준의 스승으로 설정하는 등 통설을 극화시킨다는
사학자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무조건 허준을 영웅화시키려고만 들 것이
아니라 임진왜란 뒤의 와중에서 관과 민이 국난을 극복해가는 역사적 배경속
에서 허준의 역할이 크게 부각됐으면 한다.

그래야 우리 역사드라마도 한발짝 앞으로 나가는 것이 아닐까.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