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가격이 배럴당 30달러선(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기준)을
돌파하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도 "매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어떤 대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석유공급이 중단되는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쌓아놓은 전략비축석유를
풀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산업은 물론 일상 생활에 필수적인 원유를 모두 해외에서 들여오는 우리는
고유가의 타격이 유난히 더 클 수밖에 없다.

지난 70년대에 겪은 두차례의 석유파동을 돌이켜보면 그 고통과 파장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연탄이 가정연료의 주종을 차지하던 당시와 비교하면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지금이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해마다 겨울에 강세를 보이다 환절기에 즈음해 약세로 돌아서던 원유가의
패턴이 깨지고 비수기로 접어드는 때에 초강세를 보이는 것은 석유수출국기구
(OPEC)가 지난 해 3월 합의한 감산조치 때문이다.

감산합의가 이례적으로 착실히 지켜지고 계속 강화되자, 공급이 수요에
못 미쳐 빚어진 현상이다.

고유가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또 얼마나 더 오를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원유가는 수요와 공급 뿐 아니라 국제 정치적 요인에 보다 더 좌우되기
때문이다.

결정적 변수는 산유국들의 감산의지다.

그러나 과거 가격폭등이 소비국의 절약을 불러와 수요가 급감함으로써
오히려 가격이 폭락하는 낭패를 당했던 산유국들이 또다시 무리한 감산을
지속해 국제 석유시장의 안정을 깨뜨리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1,2차 파동 때와 같은 정치적 요인이 없고 수급에 의해 가격이 움직이는
상황으로 볼 때 적어도 3차 오일쇼크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국내 수요의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정부가 예상한 배럴당
23달러를 넘어 25.73달러까지 올랐다.

원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수입이 늘고 수출은 줄어 10억달러의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국내 도입단가가 10% 상승하면 물가가 0.3% 오른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오일쇼크가 아니더라도 올 목표로 정한 1백20억달러의 무역흑자 달성이
어려울 뿐더러 물가도 불안해지는 등 경제 전반에 나쁜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다.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길은 극히 제한적이다.

산업구조를 에너지를 덜 쓰는 구조로 전환하는 한편 에너지의 효율도
최대로 높여야 한다.

국내외 유전 개발사업도 수십년을 내다보며 추진해야 한다.

역대 정부가 수없이 제시했으면서도 에너지 위기가 해소되면 잊어버린
일들이다.

우리로선 이를 줄기차게 실천하는 길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