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사는 김모(40)씨는 지난해 가을 셋방살이를 마감하고 드디어
"마이 홈"을 장만했다.

단독주택을 5천만원에 사기로 계약했다.

잔뜩 들떠있던 기분은 부동산중개업소에서부터 깨지고 말았다.

잔금을 치르던 날 중개업자가 수수료로 무려 2백만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법정 기준이 있는 지 조차 몰랐던 김씨는 중개업자와 밀고 당긴 끝에
1백50만원으로 결정했다.

50만원을 깎았다고 흐뭇해 했다.

자신이 법정 기준(20만원, 5천만원이상~1억원미만 매매 때는 거래가액의
0.4%)의 무려 7.5배를 물었다는 사실을 안 것은 이사를 하고 한참 지난
후였다.

그러나 관행상 수수료 영수증을 받지못한 김씨는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어
피해보상을 포기하고 말았다.

이같이 부동산 중개업자의 대부분이 턱없이 많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개업자들이 보통 법정기준보다 2~3배의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으며 실제로
고객들은 2배 정도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지난해 부동산중개 사무소를 이용한 서울 등 전국
5대도시의 소비자 5백14명을 대상으로 수수료 지불실태를 조사한 결과 83.6%
가 법정 기준보다 많은 수수료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집을 사고 파는 경우 법정기준보다 평균 2.3배의 수수료를 요구한 것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기준 수수료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을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임대차의 경우는 법정기준보다 67%를 더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개업자들이 이렇게 수수료를 과다하게 요구, 소비자들이 협상을 거쳐 실제
지불한 평균 수수료도 법정기준보다 무려 93.9%(매매)나 많았다.

임대차 때는 법정기준보다 45.3%를 많이 냈다.

거래가액 기준으로 치면 매매 때는 집값의 0.68%, 임대차 때는 0.52%를
더 낸 셈이다.

법정 수수료보다 2배 이상 지불한 소비자도 20.7%나 됐다.

부산과 대전에서는 심지어 법정기준의 10배를 요구해 6~7배를 지불한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같이 부동산중개수수료를 턱없이 많이 무는 것은 의외로 소비자들이
법정기준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부동산중개업소는 법정중개수수료율표를 사무실에 게시해야 하지만 아예
붙이지 않거나 잘 안보이는 곳에 부착해 놓는 탓이다.

조사결과 절반 가까운(44%) 소비자들은 법에 정해진 거래수수료가 얼마인
지를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중개업자들의 횡포도 한 요인이다.

"나중에 팔거나 세를 놓을 때 곤란하다"는 식으로 압력을 넣어 과다한 줄
알면서도 낸다는 것이다.

과다하게 낸 수수료를 돌려받기 위해 관할구청에 신고한 49명중 돈을 돌려
받은 경우는 5명에 불과했다.

이밖에 조사대상자의 30%(1백59명)는 중개수수료 외에 다른 문제로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개업자가 확인.설명의무를 소홀히 해 주택의 하자를 뒤늦게 발견했다"고
답한 사람이 57.5%로 가장 많았다.

지목이나 면적 등 주택의 기본사항이나 소유권 저당권 등 권리관계가
중개인의 말과 달랐다는 응답도 12.7%에 달했다.

소비자보호원 생활경제국 김정호 가격유통팀장은 "대체로 중개 수수료를
2배정도 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집을 매매하거나 임대차할 때는
중개인과의 분쟁에 대비해 반드시 계약서에 중개 수수료와 중개업자 준수사항
등을 명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강창동 기자 cdk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