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계좌수만 놓고 보면 한국인의 "주식 사랑"은 가히 세계적이다.

증권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현재 주식투자 계좌수는 무려
1천4백51만2천8백77개에 달한다.

국민 세사람에 하나 꼴이다.

증권사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받는 증권카드가 성인들의 필수품이 되다시피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나 주식계좌가 많아진 것은 주식투자붐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주식공모붐을 요인으로 추가한다.

그렇다면 계좌수가 1천5백만개에 육박한 것이 시장 요구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일까.

본사에 빗발쳤던 독자 전화는 시장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주식계좌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을 전후해서부터
이다.

작년 10월께만 해도 주식계좌수는 9백72만개 정도였다.

작년 10월은 새로운 공모주 청약제도가 적용되기 시작한 바로 그 때이다.

금융감독원이 만든 새 제도는 미국식이다.

주간사를 맡은 증권회사가 공모주 가격을 어떻게 결정하고 또 주식물량을
누구에게 배정할 지에 대한 권한을 갖는다.

그 결과 샐러리맨이나 주부들은 공모주 청약을 하기 위해 이 증권사, 저
증권사로 바삐 움직여야 했다.

공모주 청약을 위한 1회용 카드발행이 급증한 것은 물론이다.

어느 증권사에서 공모를 하고 공모가격이 얼마인지를 묻는 독자 전화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 증권사의 증권저축 계좌만 있으면 됐던 이전의 청약제도에 비해 불편하기
짝이 없다는 투자자들의 불평이 대단했다.

하지만 새 제도의 모델이 된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주간사 증권회사가
불특정 다수에겐 공모주를 주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미국식을 도입하면서도 일반인 몫을 제도화하고 있어 증권카드
대량 발급시대를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가까운 시일안에 일반인 배정을 없앨 계획도 없다.

오히려 금감원의 고위 관계자는 "일반인 몫을 늘리는 것이 정책상 필요하다
는 국회의원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누구의 책임이든 어설프게 새 제도를 도입해 증권카드가 낭비되는 것은
사실이다.

증권카드 한장에 실비로 5백원정도가 들어가는 것으로 돼 있다.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지 않다고 할지라도 낭비를 조장했다면 책임소재와
보완책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사실 업계전체의 발급물량을 생각하면 금액도 만만찮다.

< 양홍모 증권2부 기자 y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