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17일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불안한 국제수지 흑자기조를 지키기
위해 환율 금리 물가 등 거시 경제변수를 안정적으로 운용해 수출기업을
지원키로 했다.

또 정부 주도아래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에도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소비절약과 해외여행 자제를 유도해 수입 증가세를 최대한 막기로
했다.

<> 정부대책 =산자부는 최근 수출이 30%대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수입
부문에선 고유가와 전자부품 시설재 등의 수입급증으로 40%대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1.4분기 전체로 11억달러 안팎의 흑자가 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원화가치 상승과 엔화하락, 유가불안에다 통상환경의 악화, 경기상승에 따른
유발수입 증가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무역수지는 1월의 경우 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2월들어 16일까지
14억5천만달러의 적자를 나타내 흑자 기조를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자부는 이에따라 부처간 협의를 통해 환율 안정을 꾀하는 한편 수출확대
에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중동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 대한 플랜트 수출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환율 금리 물가를 안정시키기로 했다.

특히 수입급증의 주범인 원유 도입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시민단체 등의
자발적인 절약운동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정부는 이와함께 지난 1월 관광수지가 97년 11월이후 처음으로 4천5백만달러
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관련부처별 추진과제를 정해 건전한 해외여행을 유도
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해외여행자에 대한 여권유효기간 확인 등 출입국 심사를 강화
하기로 했으며 국세청은 호화.사치 생활자에 대한 조사 및 관리를, 관세청은
여행자휴대품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 흑자기조 유지할 수 있나 =이날 대책만으로 정부가 목표로 세운
1백20억달러 무역수지 흑자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당초 국제유가가 22~23달러(두바이유 기준)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목표를
세웠지만 1월평균 유가수준이 23.41달러에 달했고 2월들어 15일까지 평균
가격은 무려 24.85달러나 됐기 때문이다.

원유도입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때 10억달러 가량 무역수지가 악화된다고
할 때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원유 수입액은 보통 한달이 지난뒤에야 통계에 잡힌다고 볼 때
3월 무역수지가 지금보다 더나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따라 정부 기대와 달리 유가가 2.4분기까지 현수준에 머무럴 경우
흑자기조 유지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

한발 나아가 올해는 차치하고 내년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영호 산자부장관도 지난 16일 "사실 올해 무역수지보다 내년이 더 걱정"
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경쟁력을 기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장의 소비절약 등을 통해 수입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멀리 내다
보고 경쟁력을 길러야 흑자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김수언 기자 soo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