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 "그림속 나의 마을"(1996년작)은 유년의 동화다.

호기심으로 가득한 시골 초등학교 쌍둥이 형제가 보고 느끼는 자신, 가족,
친구, 그리고 세상의 모습이 담긴 추억의 화첩 같다.

실제 화가로 활동중인 중년의 쌍둥이 형제 타시마 유키히코와 세이죠의
기억을 히가시 요이치 감독이 구연동화 처럼 구수하게 엮었다.

46회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등 국제무대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일란성 쌍둥이 형제 유키히코(마츠야마 쇼고)와 세이죠(마츠야마 케이고)는
장난꾸러기 초등학생.

늘 똑같은 하루하루가 심심하기만 하다.

양할아버지에게 걱정을 듣고 이웃 토란밭을 엉망으로 만들고 허수아비
전구도 깨뜨리는 등 말썽도 자주 피운다.

같은 학교 선생님인 어머니(하라다 미에코)가 쌍둥이 그림만 전시회에
출품하면서 쌍둥이는 따돌림을 받는다.

쌍둥이의 그림은 당당히 상을 받지만 어머니는 그 일로 학교를 그만둔다.

범죄자의 자식이란 이유로 겉돌던 센지와 친해진 쌍둥이는 센지에게 물고기
잡는 법과 소라고둥 부는 법을 배우는 등 색다른 경험을 한다.

쌍둥이의 어릴적 시공간을 포장하지 않고 옮긴 영상이 투박하면서도
여유롭다.

삼신할매 같은 세노파, 개울바닥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 말하는 망둥어
등 환상의 세계를 중첩시키며 표현해낸 쌍둥이의 일상과 시골마을의 삶에
따스한 정이 넘친다.

현대화되기전 일본인 특유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 즐겁다.

일부 장면을 제외하면 우리네 시골마을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질
정도로 친숙하다.

쌍둥이를 포함한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촬영장 현지에서 직접 선발한
아마추어 배우들.

전문배우 못지 않은 이들의 자연스런 연기가 영화의 사실감을 높였다.

< 김재일 기자 kji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