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탈리즘이 21세기 공간디자인의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뉴욕 소호 거리의 유명한 카페나 레스토랑, 패션숍들 사이에서는 낡은
기와장과 투박한 옹기 등으로 매장을 장식하는 동양적 인테리어가 유행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패션계에서는 신발을 벗고 온돌문화를 즐기는 디자이너들이
화제가 됐다.

또 올 1월초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00년 세계 가구 박람회에는 소파의
높이가 낮아지고 책상다리가 짧아지는 등 좌식생활을 위한 가구들이 출현해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동양적인 공간장식이 디자인 업계의 화두로 등장한 것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박진규(디자인 스튜디오 인터폴리오) 실장은 "지난
1백년간의 주거양식은 서양문화가 주도해 왔지만 이제는 거꾸로 동양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인들보다는 서양디자이너들로부터 더 각광받고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한지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한지에 대한 서구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종류의 한지가
외국에서 개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활용범위도 넓다.

단순한 종이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조명기구 소품 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
하게 응용되고 있다.

또 동양의 도자기와 대나무 풀 나무같은 예술품과 자연물이 깊이 있는 실내
연출을 위해 종종 오브제로 사용된다.

한글이나 한자의 텍스트 문자들도 일종의 패턴으로 구체화되어 의류나
가구에 적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양인들에게 오리엔탈리즘은 21세기 최고의 세련된 디자인
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은 "집안을 동양적 분위기로 꾸미고 싶다면 우선 바닥재
나 벽지 등 마감재의 느낌이 튀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닥과 벽면,그안의 가구와 소품들이 은은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첫째
조건이라는 것이다.

문은 미닫이문이 적당하다.

미닫이문은 공간을 개방적이고 유동적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문의 열리고 닫힘에 따라 여러개의 공간이 하나로 통합되기도 하고 하나의
공간을 몇갈래로 나누기도 한다.

또 미닫이문에는 다양한 문양의 구멍을 뚫어 건너편 공간과 대화할 수
있도록 만드는 미덕도 있다.

바닥재는 온돌마루가 좋다.

온돌마루의 컬러는 너무 어두운 톤보다는 비취나 메플(무늬목의 일종) 등의
밝은 색을 선택하는 것이 어울린다.

날씨가 추울 때는 마루 위에 카페트를 깔아 따뜻한 분위기를 살린다.

너무 두껍거나 큰 사이즈의 카페트는 피하고 원색이 아닌 흑백 모노톤을
구입하는게 실패 확률을 줄이는 방법이다.

소파는 단순한 형태에 높이가 낮은 디자인을 고른다.

매끈한 가죽보다는 질감이 느껴지는 면소재의 소파가 오리엔탈리즘을 잘
표현한다.

거실을 넓게 사용하고 싶다면 소파 대신 앉은뱅이 탁자를 구입해 방석을
놓는 방법을 택한다.

갑작스럽게 손님 맞을 때를 대비해 방석은 되도록 많이 준비해 두도록 한다.

벽은 페인트 칠 대신 벽지를 사용해야 동양적인 느낌을 1백% 살릴 수 있다.

문양이 없는 무지가 가장 좋지만 굳이 패턴이 들어간 것을 고른다면 무늬가
큰 것 보다는 작은 것을 고른다.

요즘은 시중에 한지로 만든 벽지, 재활용 종이 소재의 벽지 등이 나와 있어
환경친화적인 인테리어를 시도할 수도 있다.

색상은 아이보리나 흰색 등을 써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도록 한다.

이때 가구를 어두운 색으로 배치한다면 한결 세련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소품 활용도 오리엔탈리즘을 표현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말린 풀, 한지조명, 대나무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집안 전체 분위기가
확 달라질 것이다.

또 한국적인 문양이 수놓아진 천이라든지 질그릇, 콘솔 등을 적당한 자리에
진열해 둔다면 큰 비용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멋진 오리엔탈리즘 인테리어를
연출할 수 있다.

< 설현정 기자 sol@ked.co.kr >

[ 도움말 : 박진규 디자인 < 스튜디오 인터폴리오 실장 >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