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경 < 한국통신 연구개발본부장 >

최근 국내에서 전자상거래의 신뢰성을 실추시키는 몇 가지 소비자 피해
사례들이 발생했다.

정부는 신속히 대책을 마련해 "전자거래 소비자 보호지침"을 제정하고
전자상거래 "표준약관"의 보급을 추진키로 했다.

우리나라 전자상거래의 전망은 매우 밝다.

정보통신부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 수는 1천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돼 전자상거래 잠재고객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개설된 전자상거래 사이트 수는 1천2백여개 이상이며 매출은 지난해
1천5백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2004년에는 총매출이 9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미국의 IDC (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 는 전망하고 있다.

인프라 측면에서도 1천배 빠른 인터넷 구현을 위한 기간망 확충계획이
발표됐고 ADSL등 초고속 인터넷 접속 서비스가 보급되고 있다.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필요한 많은 조건들이 갖춰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전자상거래가 시행되고 있으나 글로벌한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선 많은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네트워크 인프라와 같은 기반시설및 기술 격차,
상이한 언어, 관습및 규제등 국가간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저해하는 많은
요인들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방지및 소비자 보호문제와 관련된 소비자 신뢰확보
문제는 전자상거래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요인이다.

정부간 기구인 OECD는 지난해 10월 전자상거래 소비자 보호를 위한 지침을
채택한 바 있다.

전세계 주요 컴퓨터.통신.미디어 분야 유수 기업의 주도하에 결성된
민간기구인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연합(GBDe. Global Business Dialogue
on Electronic Commerce) 도 소비자 신뢰 확보를 주요 논의 주제로 채택하고
있다.

국내에서 제공되는 전자상거래의 경우 관련업체가 표준약관을 채택하고
지침을 준수한다면 소비자 피해의 상당 부분이 예방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자상거래가 전세계로 연결된 네트워크인 인터넷을 활용해 이뤄
진다는 사실, 즉 전자상거래의 글로벌성을 고려한다면 정부대책은 완벽한
것이 될수 없다.

국내 소비자가 외국의 사이버 쇼핑몰 이용중 발생하는 문제나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를 국외에서 이용중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선 국내에
적용되는 소비자 보호지침과 표준약관만으로 완전한 소비자 신뢰를 얻을수
없다.

전자상거래 소비자 문제의 해결을 위한 GBDe의 논의를 주목할 만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GBDe는 기본적으로 전자상거래의 범세계적 속성을 인지하고 민간의 자율
규제를 소비자보호의 주된 수단이 돼야 함을 주장한다.

각국 정부에 의한 법률적 규제를 최소화해 국가간 지역간 규제의 차이로
인해 전자상거래 발전이 저해되지 않도록 하고자 함이다.

GBDe는 다음과 같은 소비자 신뢰 확보 방안을 제시한다.

각국의 민간.정부 주도로 시행중인 개인정보보호 실 (Seal) 마크나
트러스트 (Trust) 마크 부여방안을, 전세계 공통적인 행동강령과 인지도를
갖는 인증제도로 통합 발전시키는 것이다.

국가별 인증제도가 국외에서 효력을 갖기도, 인식되기도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통합된 트러스트 마크를 부여받은 전자상거래 쇼핑몰은 국제적으로 일정
수준의 개인정보보호 및 소비자 분쟁 해결방안을 제공함으로써 전세계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혹자는 이러한 민간주도의 자율규제가 소비자 권익보호는 뒷전으로 하고
기업 이익만을 최대화하려는 방향으로 수행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업체로서는 전세계 소비자의 신뢰 확보만이 글로벌한
인터넷 가상시장에서 이윤을 도모하고 생존을 보장받을수 있는 유일한
방안인 것이다.

정부간 기구인 OECD도 전자상거래의 소비자 보호문제는 국제적인 조화와
협력하에 각국 정부뿐 아니라 GBDe등 글로벌한 민간기구 및 전자상거래
업체 등 민간의 협력이 있어야만 달성될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가 21세기 정보화사회의 세계 중심국이 되기 위해선 전자상거래를
활용하는 소비자를 보호하고 이를통해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켜 그 무한한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해야한다.

정책당국은 OECD등에서 논의되고 권고되고 있는 전자상거래 관련논의에
적극 참여해 정책에 반영시켜야 하며 민간에 의한 자율규제 육성방안에도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전자상거래 업체는 국내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세계로 확대해야하며 범세계적
민간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소비자 신뢰확보활동에 참여하는등 국제적
기준에 맞춰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 yklee@rcunix.kotel.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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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울대 전자공학과
<>미국 UC버클리대 전자공학박사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