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학덕쌓기에 매진하며 올은 길을 걸어온 학자들의 삶과 학문세계를
조망한 "학문의 길 인생의 길"(역사문제연구소, 1만5천원)이 출간됐다.

역사문제연구소의 계간"역사비평"에 실린 원로학자 12명과의 대담 모음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12인은 명리를 좇지 않고 현실정치에 기웃거리지 않았다.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고 뚜렷한 자기 주견을 내세우며 치열한 삶을 살아
왔다.

운동가의 성격은 지녔지만 전업 운동가도 아니다.

자기 분야에서 모두 일가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은 해방후 척박하고 빈약한 우리사회에서 특별한 관심과 열정으로
개척자적인 역할을 해온 선구자다.

이들의 활동을 되짚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분야별 역사를 두루 꿸 수
있다.

이 책은 곧 "한국 지성사의 기록"이나 마찬가지다.

인물의 주요 면면을 살펴보면 한국사 분야에서 식민사학 극복과 민족사학
성립에 공헌한 이우성 민족문화추진회장, 분단극복을 위해 노력한 실천적
사학자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한국독립운동사와 현대사학사를 개척한
조동걸 국민대 명예교수 등이 있다.

서양사 전공자로는 프랑스혁명과 한국민주주의 연구에 큰 성과를 남긴
민석홍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의 서양사학을 반석위에 올린 차하순 서강대
명예교수를 선정했다.

경제사 분야에서는 한국경제학 연구에 이정표를 남긴 최호진 한국경제학회
명예회장, 한국적 경제학을 주창한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 언론학에서는
일생을 반독재 언론투쟁에 바친 송건호 전 한겨레신문회장, 냉전이데올로기의
우상에 맞선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 등을 소개했다.

한국 여성운동을 이끈 여성학자 이효재 정대협 명예공동대표도 실렸다.

< 강동균 기자 kd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