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정치색 짙은 연극 두편이 나란히 막을 올린다.

극단 고향의 "메이드 인 저팬"(부제:배정자를 아시나요)과 극단 아리랑의
"기호0번 대한민국 김철식".

"메이드 인..."(김정숙 작, 심재찬 연출)은 일제시대 매국행위를 일삼은
배정자의 삶을 무대에 옮긴 작품.

빼어난 미모와 남성편력을 자랑했던 배정자는 한국근대사의 이면사에 "일제
의 앞잡이"로 기록돼 있다.

1870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난 배분남은 관기와 비구니 생활을 거쳐 김옥균의
추천으로 이토 히로부미의 수양딸이 됐다.

양녀가 된 후 다야마사다코(배정자)로 개명한 그는 이토로부터 밀정교육을
받고 조국을 팔아먹는데 앞장섰다.

극은 배정자라는 인물을 통해 현대의 매국행위로까지 시야를 넓힌다.

특히 연극계에서 처음으로 일본어 자막을 도입해 관심을 끈다.

19일까지 대학로 동숭홀.

(02)766-8679.

"기호 0번..."(최일남 작, 방은미 연출)은 어느 낙선 민족주의자의 외침을
내세워 이전투구의 정치판을 향해 통렬한 풍자를 날린다.

원작은 최일남의 소설 "숙부는 늑대".

1950년대와 60년대에 민의원 선거로 세번이나 출마했다가 번번이 떨어졌던
김철식의 이야기가 현재의 선거정국과 오버랩되며 바람직한 선량상을
되새기게 한다.

극단측은 특히 낙천.낙선운동을 펴고 있는 총선시민연대와 뜻을 같이하고
총선연대의 정치개혁 운동에 적극 동참한다는 방침.

4월 30일까지 삼선동 소극장 아리랑.

(02)741-5332.

< 김혜수 기자 dears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