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래 < 한국외대 교수 / 과학사 >

지난 2월15일 오후 4시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에서는 한 사람이 폭발물로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다음날 인민일보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어느 정신병 환자가 자살"했다는 제목 아래 후베이성(호북성)에서 온
리샹산(이상산)이라는 사람이 자폭하여 죽었고, 유람객 한 명도 부상했다는
간단한 기사였다.

홍콩의 대공보 역시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그 유람객을 한국 관광객이라
고만 덧붙였다.

일본 신문 역시 비슷한 내용만을 알리고 있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도 거의 같은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다만 미국 신문에는 이 사건이 일어나자 중국이 유난히 신속하게 보도
자료를 기자들에게 제공했으며 이에 의하면 이 사람은 과거 4번이나
베이징에 올라와 무엇인지를 호소하려 했다고 한다.

그가 정부에 호소하려 했던 일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또 근처에서 목격한 공안원에 의하면 이 사람은 파룬궁(법륜공) 신봉자는
아니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한 중국 당국이 재빠르게 이 자료를 발표한 이유가 파룬공
사건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뜻인 것같다고도 보도했다.

아닌 게 아니라 중국에서는 작년 봄의 파룬궁 사건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원래 만주에서 리훙즈(이홍지)라는 사람이 1992년 시작했다는 파룬궁은
그후 아주 빠르게 전세계에 퍼져 지금은 세계 각국에 수많은 수련자 집단을
거느리고 있는 대단체가 되었다.

중국식 기공을 수련하는 단체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 신도 내지 수련자가
적어도 2백만명 이상이고 어쩌면 수천만명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한국에도 "법륜대법"이라는 이름 아래 이미 한국어 홈페이지까지 갖추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 단체가 작년초에 베이징의 정치지도자들이 살고 있는
천안문 광장 근처 베이징중심부 중난하이(중남해)에 수많은 교도들을
접근시켜 갑자기 데모를 하자 깜짝 놀라 이를 탄압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대체로 모른 척하던 중국 당국이 이 단체를 정치적 위협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파룬궁 단체와 지도자들은 그들이 하는 일은 단순한 수련일 뿐이지
종교활동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전세계에 이미 지부가 결성되고, 수많은 책과 비디오 등이 제작,
판매, 보급되고 있으며 세계 대회까지 여는 이 단체에 대해 중국 당국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런가 하면 일본에서는 몇 년째 옴진리교 문제가 걱정거리이며 또 국민적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95년 지하철에 독가스를 살포했다 하여 문제가 된 일도 있는 이 신흥
종교 교도들은 교주 아사하라가 감옥에 가자 그 셋째딸을 모시고 교세 부흥을
위해 다시 열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에 일본에 가서 얼마 동안 살았던 일이 있는데, 거의 매일처럼 전국
여기 저기서 주민들과 옴교도들의 갈등이 일어나는 상황이 보도되는 것을
보았다.

요미우리 신문의 옴진리교 특집 기사 모음을 보면 이 단체에 대한 그동안의
문제들이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다.

미국 역시 이에 벗어나지 않는 유사종교 집단의 활약이 놀랍다.

1998년인가 봅 헤일 혜성이 나타났을 때는 캘리포니아에서 "천국의 문"
이라는 사교집단 조직원 39명이 집단 자살을 선택한 일도 있다.

그들은 지구에 가까워지고 있는 혜성을 타고 하늘 나라에 들어갈 것을
확신하고 자살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기는 같은 해 10월말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는 "컨선드 크리스천스"라
는 종말론 신도 1백여명이 갑자기 증발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같은 종말론 단체들은 미국내 최소 7백여개, 영국내 5백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사교집단의 경우 예언이 실현되지 않으면 인위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집단자살 등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이 방면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종말론의 경우 특히 지난해에 극심했기 때문에 이제 2000년으로 접어들어
이런 종말론적 종교의 발호는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수학적"이지만도 않은 것같다.

종말론적 심성은 사회가 불안할수록 더욱 성하게 마련이고, 바로 지금은
사회가 자꾸만 더 불안하고 격동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누구라도 금방 알 수
있는 꼴이니 말이다.

과학이 이렇게나 발달했는데도 그 과학의 발달에 정비례할 정도로 세상에는
비과학적인 행태가 폭발적으로 늘어가고만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비슷한 사건이 보도되지 않았던가?

정말로 걱정스런 세상이다.

세상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비슷한 일들이 또 얼마나 많이 진행되고 있을지
...

< parkstar@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