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신항만 개발을 앞두고 울산에는 건설업체에 돌산을 팔겠다는 산주와
부동산 투기꾼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다.

산주로선 쓸모없는 돌산의 돌을 파는 것은 물론 아파트나 공장부지를 얻는
일석이조의 비즈니스여서 더없이 매력적이다.

오는 2011년까지 모두 2조7천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갈 울산 신항만과
한국석유공사의 석유비축단지 건설을 앞두고 토목공사에 수천만t의 골재와
사석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울산 신항만의 경우 방파제와 접안시설을 만들기위해 바다에 매립해야
할 암반과 사석은 적어도 3천여만입방m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울산지역의 소규모 돌산 수십개를 바다가 집어삼킬 정도의 물량이다.

이에따라 올해부터 정부 발주공사로 총 사업비 2천2백억원대의 신항만
방파제 축조공사가 시작되면서 주시공사인 삼성물산(5개 컨소시엄 주관업체)
에 돌산을 팔려는 산주들의 로비가 활발해지고 있다.

수천억원대의 석재 판매액과 석재채취이후 평지로 남게되는 부동산을
챙길 수 있어 로비전은 정계와 관계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항만사업 예정지 인근에 있는 신일경금속(대표 심원오)은 3만6천여평의
돌산을 공장부지로 활용키로 하고 최근 사업지인근 시유지 2만5천입방m의
매입을 추진하는 등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 지역은 신항만 건설 예정지와 가까워 시공사측이 항만 매립용 토석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주변의 추측이다.

그러나 이곳의 돌은 강도가 약해 매립용 사토(흙)나 사석(잡돌)용에 불과해
높은 값에 팔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파제용으로 쓰이는 피복석은 일반 석재보다 값이 비싸기 때문에 울산에
내로라하는 산주들은 저마다 강도높은 돌산을 홍보하며 시공사를 상대로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경합이 치열한 곳은 신항만 건설예정지 인근의 우봉리 일대와 울주군
온산, 청량 일대 제2유화단지 예정지, 그리고 울주군 웅촌면 일대 돌산 등
3군데다.

신항만예정지 인근의 경우 현대중공업 철탑하청업체가 오래전에 신항만
골재납품을 받기위한 관권허가(사업예정지 사전선점)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그만큼 가능성이 높다.

제2유화단지 예정지는 모기가 많이 서식하기로 유명한 오대.오천마을
일대로 공해지역인데다 그린벨트여서 땅값이 싸고 신항만과 거리가 멀지않아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울주군 웅촌면 일대는 신항만 예정지로부터 20km의 거리여서 수송비용이
많이 들지만 골재의 강도가 기준치를 넘어설정도의 우수한 품질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함께 한국석유공사가 울주군 서생면 일대에 대규모 석유비축단지를
건설키로 하고 6백30만입방m의 토석을 찾고 있어 몇년이내에 울산의 돌산
수십개가 자취를 감추게될 전망이다.

울산시의 한 관계자는 "전국의 부동산 투기꾼과 정.관계 인맥을 동원한
브로커들이 과열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어 울산의 최대 현안사업이 총체적
부실덩어리로 전락하지 않을 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 울산=하인식 기자 hai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