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에 사는 주부 김명희(38)씨.

오전에 집안 일을 대충 끝내고 바로 컴퓨터앞에 앉았다.

그동안 마음에 두었던 냉장고를 사기위해 전날 인터넷 역경매사이트
예스월드(www.yess.co.kr)에 올렸는데 그 낙찰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A전자유통업체가 요즘 주부들 사이에 가장 인기있는 B모델을 2백만원에
팔겠다고 제안해 왔다.

김씨가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본 시중가보다 30~40%가량 싼 가격이다.

김씨는 망설임없이 제시한 가격을 클릭해 구매의사를 표시했다.

김씨는 역경매사이트에서 빠져 나와 자신의 전자사서함을 체크했다.

롯데백화점 등 대부분 유통업체들이 DB마케팅 차원에서 보내온 신상품 및
세일정보 관련 E메일을 모두 확인했다.

결혼 12주년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도착해 있었다.

집안일을 마저 끝내고 외출을 준비하고 있는데 LG홈쇼핑에서 구입한 그릇
세트가 집근처 편의점 훼미리마트에 배달돼 있으니 찾아가라는 연락이 왔다.

인터넷쇼핑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유통산업에 일대 혁명이 일고 있다.

가격혁명 마케팅혁명 물류혁명 등 이른바 3대 혁명이 유통산업의 밑그림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다.

<> 가격혁명 =무엇보다 소비자들 스스로가 물건값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

제조업체나 유통업체에 의한 가격결정은 이젠 옛일이 됐다.

이같은 변화를 이끌고 있는 곳은 역경매 전문사이트들.

인터넷역경매란 소비자가 사고 싶은 물건을 사이트에 올려 놓으면 자유경쟁
입찰방식에 의해 가장 싼 값에 팔겠다는 공급업체가 낙찰받는 방식이다.

예스월드의 이학성 마케팅 팀장은 "가전제품 여행패키지상품 등을 주로
취급하는 역경매사이트들이 경쟁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이들 사이트들은
앞으로 가격파괴의 최선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잠재된 폭발력에 비해 아직 미미한 역경매시장과 별개로 유통시장은 이미
한차례 가격혁명을 치렀다.

전자상거래가 확산되면서 인터넷쇼핑몰업체들이 중간유통단계를 없애면서
가격할인공세를 펼치고 있어서다.

서적 음반 화장품 상품권 자동차 등 거의 모든 업종이 영향권안에 들어
왔다.

예스24 알라딘 와우북 등 인터넷서점들은 책을 정가보다 20% 정도 싸게
팔고 있다.

인터넷뮤직 핫트랙 마이존 등 인터넷음반 판매업체들도 비슷한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화장품 인터넷쇼핑몰은 시중가보다 10~30%가량 싸게 판다.

여기에 숍바인더 야비스 등 가격비교 사이트마저 등장해 소비자들에게 가장
싼 가격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어 가격혁명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쇼핑몰들이 가격혁명을 주도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간 가격
마찰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리점 등 기존 오프라인업체들이 가격할인공세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쪽의 눈치를 모두 살펴야 하는 제조업체들로서도 여간 곤욕스런 일이
아니다.

ABL컨설팅의 윤창선 박사는 "이같은 갈등은 과도기적 현상으로 결국 양자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모델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즈앤노블즈는 대표적 사례다.

이미 이같은 가격갈등을 경험한 이 업체는 온라인에서는 희귀서적이나
신간을, 오프라인에서는 일반서적을 판매하면서 쇼핑환경을 쾌적하게 꾸며
철저한 차별화전략을 구사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마케팅혁명 =기업들의 마케팅기법도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광고 및 마케팅활동에 의존했던
기업들이 1대 1 및 DB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LG패션은 고객멤버십카드인 "You&I"를 통해 얻어진 회원정보를 데이터베이스
화해 고객을 1대 1로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결혼기념일 등 각종 기념일이나 신제품이 나올때마다 이들 회원에게 통보해
줘 단골로 만들어 간다는 전략이다.

두산씨그램도 신제품이 출시되면 잠재고객을 선별해 제품 카탈로그와 판촉
행사전단을 보내 평생고객화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신고객마케팅시스템은 소비자 개개인의 모든 구매정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첨단 정보시스템으로 정보 내용을 바탕으로 고객
한사람 한사람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LG홈쇼핑도 지역, 연령, 선호상품군 등에 따라 고객분류작업을 끝내고
본격적인 DB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현대 대우 등 자동차업체, 은행 투신사 신용카드사, 화장품업체 등도 적극적
이다.

광고대행사 오리콤의 황은경 PR팀장은 "요즘 소비자들은 대중속의 한 사람
이기보다 자신만의 특별한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며 "인터넷 등 첨단
뉴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이같은 마케팅기법은 갈수록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 물류혁명 =전자상거래 확산으로 중간상인들이 사라지면서 배송업체들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는 물류시장도 변화를 겪고 있다.

누가 가장 빨리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이다.

배송업체들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디지털 광속경제 환경의 유통채널
을 마무리하고 있다.

대한통운 현대택배 등 기존 배송업체들이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들 배송업체들은 전자상거래의 폭발적인 증가와 맞물려 연평균 40~50%의
고속성장을 지속해 왔다.

업계는 올해 시장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 지난해보다 무려 1백% 급팽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넷쇼핑몰업체들이 택배시장으로 뛰어들고 택배업체들이 인터넷쇼핑몰
시장을 넘보는 등 업태간 영역파괴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에서다.

또하나 두드러진 특징은 온라인업체와 오프라인 유통업체간 결합을 통한
시너지효과의 극대화다.

롯데그룹의 전자상거래업체인 롯데닷컴이 대표적 사례다.

롯데닷컴은 전국적으로 깔려 있는 세븐일레븐 롯데리아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을 1백% 활용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즉 인터넷 사이트에서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면 가장 가까운 세븐일레븐이나
롯데리아 매장에서 해당 상품을 전달하고 대금도 그때 결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롯데리아의 조영주 이사는 "기존 인터넷사이트에서의 카드결제는 정보유출
등으로 소비자들이 꺼려 했는데 이같은 시스템이 도입되면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맞벌이가정이 늘면서 낮에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 택배업체에 의한
배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전국 5백여개의 롯데리아 매장을 활용, 퇴근때
이곳에서 물건을 찾아가도록 하면 기존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수찬 기자 ksc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