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유린당한 '통상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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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가 최근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내린 반덤핑 판정을 놓고
미국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주목되는 것은 워싱턴 정가와 경제계 일각에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게
일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판정이 민주당 행정부측의 올 대통령 선거전 재료로 남용됐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논지다.
최근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사설은 이런 시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사설은 이번 조치는 클린턴 행정부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앨 고어
부통령에 대한 미국내 노동조합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 뿐만이 아니다.
공화당 의원들과 학계에서도 일방적인 반덤핑 조치보다는 세계무역기구
(WTO)를 통해 정식으로 조사를 요청하고 분쟁조정위원회에 제소하는 방법을
택했어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이 무엇보다도 분개하는 것은 클린턴 행정부가 이번 사건의 경우
처음부터 "덤핑"이 불공정한 관행이라는데 초점을 맞추지 않았으며, 철저히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다.
미국의 조치에 대해 한국 정부가 WTO 분쟁조정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최종 판결이 나기 전에 올 11월로 예정된 미국의 대선 일정이
완료될 것임을 계산에 넣었다는 지적이다.
미국 주류 사회에서 일고 있는 이런 논쟁은 한국측으로서는 대미 반격을
위해 더없는 호재다.
그러나 한국의 조직적인 대응은 별로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게 이곳 통상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미국내 한국 관련 조직의 통상 대응능력이 크게 약화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조직개편으로 통상 업무가 옛 통상산업부에서 외교통상부로 이관된
이후 아직까지도 통상 라인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만 무성하다.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할까.
80년대 이후 극심했던 한미 통상 마찰 현안들을 최전선에서 수습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무역협회의 워싱턴 지부마저 예산 절감을 이유로 올초 철수한
상태다.
대책없는 조직개편으로 인해 미국에 유린당하는 통상한국의 신세가 돼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게 된 것 아니냐는 자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무역수지마저 적자로 반전된 시점에서 다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미 통상 마찰 현장을 지켜보는 일은 착잡하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3일자 ).
미국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주목되는 것은 워싱턴 정가와 경제계 일각에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게
일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판정이 민주당 행정부측의 올 대통령 선거전 재료로 남용됐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논지다.
최근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사설은 이런 시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사설은 이번 조치는 클린턴 행정부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앨 고어
부통령에 대한 미국내 노동조합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 뿐만이 아니다.
공화당 의원들과 학계에서도 일방적인 반덤핑 조치보다는 세계무역기구
(WTO)를 통해 정식으로 조사를 요청하고 분쟁조정위원회에 제소하는 방법을
택했어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이 무엇보다도 분개하는 것은 클린턴 행정부가 이번 사건의 경우
처음부터 "덤핑"이 불공정한 관행이라는데 초점을 맞추지 않았으며, 철저히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다.
미국의 조치에 대해 한국 정부가 WTO 분쟁조정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최종 판결이 나기 전에 올 11월로 예정된 미국의 대선 일정이
완료될 것임을 계산에 넣었다는 지적이다.
미국 주류 사회에서 일고 있는 이런 논쟁은 한국측으로서는 대미 반격을
위해 더없는 호재다.
그러나 한국의 조직적인 대응은 별로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게 이곳 통상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미국내 한국 관련 조직의 통상 대응능력이 크게 약화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조직개편으로 통상 업무가 옛 통상산업부에서 외교통상부로 이관된
이후 아직까지도 통상 라인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만 무성하다.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할까.
80년대 이후 극심했던 한미 통상 마찰 현안들을 최전선에서 수습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무역협회의 워싱턴 지부마저 예산 절감을 이유로 올초 철수한
상태다.
대책없는 조직개편으로 인해 미국에 유린당하는 통상한국의 신세가 돼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게 된 것 아니냐는 자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무역수지마저 적자로 반전된 시점에서 다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미 통상 마찰 현장을 지켜보는 일은 착잡하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