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독점전재 ]

디지털형 전자화폐가 인터넷에서 발아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화폐는 아직 실질화폐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90년대 중반 전자화폐가 처음 등장했을때 많은 사람들은 전자화폐가 곧
달러나 유로화등 기존 통화를 빠르게 몰아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같은 예상은 빗나갔다.

인터넷상의 대금결제는 여전히 신용카드로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전자화폐 발행사의 상당수가 파산하거나 업종을 바꾸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이들 전자화폐 1세대가 실패한 것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특정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했고 사용처도 많지 않았다.

미국에서조차 신용카드가 자리잡는데 10년이나 걸렸다.

그만큼 기존 화폐의 지위는 탄탄했다.

1세대 전자화폐의 뼈아픈 실패에도 불구하고 최근 제2세대 전자화폐들이
다시 나오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급증하면서 온라인상에서 신용카드를 대체할 수단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때문이다.

게다가 경매나 소비자들끼리 이뤄지는 상거래에서 개인간 온라인결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용카드를 사용할 경우 업체 입장에서도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등 비용부담
때문에 전자화폐를 환영하는 추세다.

저렴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들에는 특히 중대한 문제다.

최근 전자화폐를 취급하는 대부분의 업체들 사이에는 10달러 미만의 아주
적은 거래가 늘고 있다.

업체입장에서 소액판매에서 효과를 얻으려면 온라인계좌에 돈(전자화폐)을
적립한 다음 소액구매를 할 때마다 공제하는 것이다.

플루즈 닷 컴( flooz. com )의 경우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상품권을 이용, 소비자들이 전자화폐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회사의 상품권 시스템에서 신용카드로 대금을 지불하면 상품권을
E메일로 보내준다.

이 상품권은 현재 미국내 68개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e-골드라는 업체는 인터넷상에 금본위제를 만들었다.

고객들은 금 등의 귀금속을 사야 온라인계좌에 돈을 적립할 수 있다.

그리고 수령인의 계좌번호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면 그 귀금속 단위를 e-골드
웹사이트에 송금시킬 수 있다.

전자화폐의 2세대들은 1세대에 비해 선전하고 있다.

플루즈 닷 컴의 고객은 45만명에 이르고 빈즈 닷 컴은 72만명의 고객을
확보하는등 제법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전자화폐 2세대들의 전략은 사실 "디지털 시대"와는 동떨어져
있다.

대부분의 업체는 이용자의 익명성이나 프라이버시 준수 요구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이용자가 돈을 사용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설령 전자화폐 제2세대들이 실패한다 하더라도 제3세대들이 등장할 것이다.

기술진보는 새로운 계획의 실현을 수월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전자화폐가 좋은 결과를 얻는다 해도 국가에서 발행하는
실제화폐보다 선호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소비자들이 마이크로소프트 등 검증된 업체들이 전자화폐를 발행해도
이들을 정부만큼 신뢰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기업은 파산할 수 있지만 국가는 망할리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자화폐가 실제화폐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중앙은행
들은 기술이 발휘하는 위협들을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정보기술은 이론적으로 실시간 전자거래를 통해 완전한 교환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각국 중앙은행이 언젠가는 퇴물로 전락할 날이 올것이다.

중앙은행들이 퇴물로 전락하는 그날은 전자화폐의 국제금융시장 정복의 날이
될것이다.

이는 곧 디지털경제가 세계경제에 완전히 뿌리내렸음을 의미한다.

아날로그경제가 디지털경제에 밀려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날이기도 하다.

[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2월25일자 ]

< 정리=박영태 기자 py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