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의 물소리에 실린 바람이
잠든 이슬을 깨우는 밤
어둠 속에서 벌거벗은 나무들
서로의 손을 꼬옥 잡고 쳐다보면
유성이 사랑에 밑줄을 그으며 사라져 간다

김동환(1950~) 시집 "거부하지 못하는 자의 슬픔"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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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사랑에다 밑줄을 그으며 사라진다니, 참으로 따뜻한 시선을 가진
시다.

유성이 마치 아름다운 사랑을 축복하면서 사라져 가는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벌거벗은 나무들이 서로 손을 꼬옥 잡고 쳐다본다고 했지만,
손을 꼬옥 잡고 쳐다보는 것은 벌거벗은 나무들만이 아니다.

그래서 시는 더 따뜻하다.

바람을 계곡의 물소리에 실렸다고 표현한 대목도 신선함을 더한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