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25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경제위기 속에서 출범한 "국민의 정부"는 이젠 성장조절론이 나올 정도로
경제상황이 나아졌다.

냉전시대 잔재인 한반도의 긴장도 과거보다는 많이 풀렸다.

그러나 정치분야는 여야관계의 경색과 소모적 정쟁 속에서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속에서 김대통령이 일관되게 주창하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의 병행발전"이다.

취임사에서 총체적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할때도, 계층간 소득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할때(99년 신년사)도, 무한경쟁의 정보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할때(2000년 신년사)도 이 기조는 유지됐다.

헌정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실현한 김대중 정부 2년의 부문별 성과와
과제를 짚어본다.

<> 경제위기 극복 =국민의 정부 2년을 평가하면서 가장 앞세워야 할 부분이
경제적 성과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김 대통령은 대선 당시의 공약대로 1년반만인 지난해말 "외환위기의 완전
극복"을 선언했다.

국제기구나 외국 금융기관들이 이를 평가할 정도다.

거시지표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지난 98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5.8% 수준이었으나 99년 말에는 10%
수준으로 급상승했다.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대 수준이다.

기업 금융 노동 공공 4대 부문의 개혁도 결실을 맺고 있다.

1백70만명을 상회하던 실업자수가 1백만명 안팎으로 줄었다.

3백47개 부실 금융기관이 퇴출됐다.

은행은 3개중 하나, 종합금융사는 3개중 2개, 증권사는 6개중 하나꼴로
정리됐다.

재벌개혁은 기업경영 투명성제고 등 기업구조조정 5대 과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4대 대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 98년말 3백52%에서 99년말 2백% 이내로
줄었다.

노동분야에선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한 개별경제주체들의 합의 아래 최저
임금법 확대시행과 파견근로제 등을 도입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커진 것도 달라진 점이다.

공공분야에선 국정교과서 등 13개 공기업이 매각됐고, 공기업 경영에 연봉제
와 사장경영계약제 등이 도입돼 고질적인 병폐들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 미완의 정치개혁 =김 대통령은 기회있을 때마다 "정치가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구조 타파와 지역구도 탈피를 내세운 정치개혁 작업은
1년여의 지지부진한 여야간 협상끝에 국회의원 수를 26석 줄이는 선에서
마무리된 정도다.

시민단체들로부터 정치권의 물갈이를 요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정치현실은 야당은 물론 여당에도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5월 터진 옷로비사건과 10월의 언론문건파문 등이 터졌을땐 국민들
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정부의 국정운영과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라 분출되기까지
했다.

김 대통령이 혼심의 힘을 쏟고 있는 지역감정해소 노력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이 지역감정을 부추기면 ''도로아미타불''이 되기 일쑤인게 현실이다.

<> 한반도 냉전구도 타파 =집권 3년째인 김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은 궁극적
으로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통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 대통령은 그동안 내적으로 서해교전 같은 난관을 극복해 가면서 금강산
관광과 남북경제협력 학술문화교류 등을 촉진해 왔다.

민간차원의 교류증진에 힘써 왔다는 얘기다.

당국자간의 대화를 위해서 남북 상호간의 신뢰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북한의 국제사회 진출노력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과거 정부와 달리 북한이 미국 일본 등과 수교하려는 것을
막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긴밀한 협의만 전제된다면 북한이 이들 국가와 국교를 수립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김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위해선 당사자인 남북한간
대화가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주변 4강에 설득시키고 이에 대한 동의를
얻어낸 상태다.

전세계 국가들이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아직 북한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는 포착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김대통령의 "진심"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 생산적 복지사회 실현 =김 대통령이 최근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이
중산층 육성과 서민생활안정이다.

김 대통령은 이를 생산적 복지정책이라고 부른다.

지난 2년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업자가 크게 늘었다.

고용상태가 불안해지고, 계층간 소득격차가 커졌다.

김 대통령은 "이를 방치하면 중산층이 엷어지고 서민층의 생활이 어려워져
사회계층간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회불안현상이 빚어지고 경제 재도약의 발판마저 무너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생산적 복지정책이 이를 타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 것은 정보화의 진행과정에서 저소득층이 또다시
뒤지는 문제다.

가난한 사람들은 컴퓨터를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고, 이로인해 재산
형성의 기회마저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김 대통령의 판단이다.

서민층이 무한경쟁의 회오리 속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저소득층의 정보화 참여를 적극 지원하는 작업을 앞으로 3년간
일관되게 추진해 임기말인 2003년께엔 우리나라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상위권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 김영근 기자 yg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