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준비된 호텔, 매리엇 ]

요즘 재계에 호텔업 진출 바람이 거세다.

한국의 토종브랜드 신라호텔과 호텔롯데가 각각 미국과 중국 등지로 뻗어
나갈 참인가 하면 동양그룹 한화 롯데물산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 센츄럴시티
BJ멤버스텔 동림 CUBR 등 신출내기들이 국내 이곳 저곳에 한창 호텔을 건축중
이다.

이밖에도 기존 호텔 한두 곳과 다른 대기업 두세 곳 또한 호텔업 진출을
결정하고 부지선정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호텔업계 세계 1위 기업은 단연 미국의 매리엇 인터내셔널(Marriot
International, Inc.)이다.

전세계에 1천8백80개 호텔 및 콘도(총 객실수 35만5천9백개), 그리고
5천2백여개 기업 임원용 임대아파트를 거느리고 작년 한 해 10조원 매출에
4천8백8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매출액, 수익성, 브랜드 인지도, 종업원 충성도, 재계인사와 투자자들의
경영진에 대한 신뢰 및 존경도, 사회적 공헌도, 신기술 활용능력, 고객만족도
등 모든 면에서 경쟁사들의 추종을 불허한다.

5백30여개 업체의 한국 호텔업과 비교하자면 매출액은 한국의 4배, 종업원
수는 3배, 객실이 5.5배, 호텔 수가 3.5배다.

미국 전체 호텔 매출액에서는 대략 10%를 차지한다.

이 회사는 유타주 매리엇 인디언 보호지역에서 1900년에 태어난 윌라드
매리엇(J Willard Marriott)이 27세 때 워싱턴 DC에서 의자 9개를 갖춘
루트비어 스탠드 바, 우리로 치자면 실내 포장마차를 개점하며 시작됐다.

그 후 항공기 기내식과 군대 및 정부기구 카페테리아, 빅보이, 로이로저스,
기노스 등 패스트푸드점 사업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숙박업에는 1957년 진출했다.

현직 회장인 창업주의 아들 윌라드 매리엇 2세가 1964년 32세 나이에 사장
자리에 오른 후에는 더 빨리 성장했다.

그는 1967년 회사 이름을 창업 당시의 촌스런 이름 핫숍스(Hot Shoppes)
에서 매리엇(Marriott Corp.)으로 바꾸고, 이듬해 뉴욕증시 상장에 성공한
후 식당과 호텔사업을 양축 삼아 연간 20%가 넘는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1990년 부동산 가격 대폭락 사태로 도산 위기에 빠졌다.

이에 매리엇은 식당사업 대부분을 매각하고 호텔사업에만 전념했다.

1993년에는 매리엇을 부동산 소유회사인 호스트 매리엇과 호텔경영관리회사
인 매리엇 인터내셔널로 분리시켰고, 1998년 또 한번 분사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매리엇에 1980년대 10년간이 천하무적의 시기였다면 1990년대 10년간은
와신상담의 시기였다.

매리엇 주식에 1993년 1백원을 투자한 사람은 지금 1백원여만을 건졌고,
채권투자자들은 거의 다 날렸다.

그러니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 매리엇은 실패작이다.

하지만 매리엇은 어찌됐건 창업주 당대에 포장마차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우뚝섰고, 21세기에 가장 잘 준비된 회사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주가가 80%나 뛴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같은 매리엇의 성공비결로는 철저한 품질관리와 다양한 구색, 무부채경영,
애정 어린 인사관리, 미국 경제 장기호황, 그리고 세계화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초특급 리츠칼튼 호텔에서부터 고급 매리엇과 르네상스 호텔, 중가
코트야드, 그리고 저가 라마다와 페어필드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호텔
구색은 경기변동의 충격을 완충시켜 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성공비결은 방 하나 청소하는 일도 66개 단계로
구분해 숙지시킬 정도의 세심한 품질관리와 고객과 그들의 취향을 기억해
내는 첨단 데이터베이스(DB) 마케팅 능력이다.

이로써 세계 어디를 가든 고객들은 기대한 그대로의 서비스를 받는다.

그래서 매리엇은 호텔숙박업을 부동산업종에서 브랜드관리 업종으로 전환
시킨 장본인으로 꼽힌다.

< 전문위원 shindw@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