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모범기업" 또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종종 ABB가 으뜸자리를
차지한다.

ABB는 지난 1988년 스웨덴 아세아 (Asea) 그룹과 스위스 브라운 보베리
(Brown Boveri) 그룹간 합병으로 태어난 회사다.

"아세아 브라운 보베리"의 약칭.

중전기와 산업설비 분야에서 1백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기업들이 합친
것이다.

ABB는 세계 1백40개국에 1천3백여개의 현지법인을 거느리고 있다.

사업 분야는 크게 중전기 에너지 및 엔지니어링.

품목은 발전설비와 송배전 설비, 공장자동화 설비, 산업용 로봇 등이다.

최근에는 21세기 유망산업으로 꼽히는 환경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생산 품목이 많다 보니 핵심역량이 분산된 측면이 있으나 대체로 전력 관련
기술 및 제품 분야에 특화돼 있다.

현재 발전설비 부문에서 미국 GE, 독일 지멘스와 함께 세계 3대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발전사업 부문에서 프랑스 알스톰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연간 3백억달러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이 회사의 인지도는 단연 높다.

각국 대학생들에게 가장 취업하고 싶은 직장으로 꼽히고 있다.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것이 기업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던 배경.

이 회사는 1만7천여명의 엔지니어를 두고 있고 매년 매출의 8%(약 25억달러)
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교육프로그램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소사업 단위별로 이뤄진 회사 조직도 유연하다.

시장여건 변화에 맞춰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조직이 지나차게 분권화되고 개편이 빈번히 일어난다는 비판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이 그룹의 종업원은 21만여명.

그러나 본사직원은 70여명에 불과하다.

세계에 흩어져 있는 ABB 사업부 "이익센터"는 약 5천개.

이익센터당 평균 4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셈이다.

이 작은 조직에서 영업 투자 인력채용 등 모든 경영활동이 이뤄진다.

바로 퍼시 바네빅 회장이 도입한 "매트릭스 (Matrix) 시스템"인 것이다.

이는 독립적인 소단위 조직들간에 소홀해지기 쉬운 협력관계를 보완키 위한
시스템.

사업단위를 수직과 수평으로 그물처럼 연결시킨 중복점검 체계다.

매트릭스 시스템은 ABB의 트레이드마크로서 세계 각지의 기업들로부터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몇년전 새 경영자에 의해 메이트릭스 시스템이 폐기되고 대신
수평적 협력에 초점을 둔 "셰이크 핸즈 (Shake Hands) "시스템으로 전환하게
됐다.

ABB는 현재 기존 하드웨어 기반 위에 소프트웨어를 접목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인터넷 시대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 이방실 기자 smil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