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직을 놓고 3파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23일 각각 스탠리 피셔 IMF수석 부총재와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차관을 총재 후보로 공식 추천했다.

오는 28일엔 유럽연합(EU)이 단일후보로 논의중인 카이오 코흐 베저 독일
재무차관을 정식 추천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IMF총재 자리를 놓고 이처럼 3파전이 벌어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50년간 IMF총재직은 미국의 묵계아래 유럽 인사들이 도맡아왔다.

IMF는 다음달 초 후보들에 대한 비공식 무기명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뒤
24개 이사국의 의견을 취합할 방침이다.

그러나 미국과 EU 일본은 물론 개발도상국 그룹인 G11까지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 총재 선출은 3월중순 이후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로선 IMF총재직에 대한 기득권을 갖고 있는 EU가 내세울 코흐 베저가
미셸 캉드쉬 전 총재의 후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G11이 피셔를 지지하겠다고 밝혀 미국이 끝까지 그를 밀 경우
표결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투표로 총재를 선출한 적은 없었다.

여러명이 물망에 오를 경우에도 물밑작업을 거쳐 투표없이 총재를
선출해왔다.

지난 16일 퇴임한 캉드쉬 전 IMF총재는 프랑스인이며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인이다.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선 "IMF총재=유럽몫, 세계은행 총재=미국몫"이라는
공식이 통용돼 왔다.

이같은 인식을 깨고 미국이 현재 IMF총재직을 임시 대행하고 있는 피셔
부총재를 강하게 내세우고 있는 것은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피셔부총재는 원래 유럽출신이나 몇년전에 미국으로 귀화했다.

일본은 사카키바라를 앞세워 미국을 견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김용준 기자 dialec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