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근로자 징계사면은 경제 재도약을 노사화합과 봄철 임금협상 등
본격적인 노동시즌에 대비한 "친화제스처"로 해석된다.

지난 2년동안 경제위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생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상처의 기록들을 말끔히 지워 버리고 새로 출발하자는 "심기일전"의 메시지
인 셈이다.

기업들은 대부분 경총의 사면권고를 적극 수용하겠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총 관계자는 "기업의 호응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대 50만명이 기업 징계
사면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면대상에 노사분규 적극 가담자 등은 빠져 있는데다 기업마다
제각각 적용하도록 자율에 맡기고 있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기업 인사 관계자들은 "특히 공단지역의 경우 업종이나 기업성격에 따라
사면폭이 다를 수 있는데 직원들은 여러 기업의 사례를 들어 최대한의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일부 강성노조들이 노사분규전과 말소 등을 들고 나올 경우 파장은 커질 수
있다.

<> 사면 대상 =경총에 가입한 제조업 건설업 운송업 금융증권업 서비스업종
의 4천여 회원사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이번 조치로 사면 혜택을 받게 된다.

주로 회사업무 등과 관련해 사규를 위반해 주의.경고 등 가벼운 징계를
받은 근로자들이 사면조치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IMF 관리체제 이후 빚보증을 잘못 섰다가 회사에서 불리한 인사처분을
받은 경우 상당수가 이번에 구제를 받게 됐다.

재계는 이번 조치로 최소 10만명에서 최대 50만명이 사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 기업들 반응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은 대부분 "경총의 사면권고를
원칙적으로 환영하며 앞으로 구체적인 사면범위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징계가 급여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조
에서도 환영할 것으로 본다"며 "구체적인 사면방침을 노조측과 협의하겠다"
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IMF체제 이후 대출용 재직증명서 발급을 엄격히 하는 등
신용불량자 발생을 예방해 왔다"며 "혹시 신용불량으로 불이익을 받은 사람이
있으면 구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노사 이견 =각 기업들은 최고경영자가 직접 사면방침을 발표하거나
노사협의회에서 구체적인 사면 대상.시기.방법 등을 정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사면대상과 범위를 놓고 노사간 이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노사분규의 가담 정도를 판단하는 잣대를 놓고 사법기관의 판결을
참고할 것인지 아니면 노사합의로 결정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노동운동과 관련돼 업무방해 혐의로 해고되거나 중징계된 경우도
형평상 사면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구학 기자 cg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