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예방/법률정비 시급...경쟁보다 고객중시 우선" ]

이상제 <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 >

전자금융이라고 하면 지금까지 여러 가지 형태가 이미 시도돼 왔다.

ATM을 통해 입출금이나 자금이체를 해왔고, 자동응답전화기나 컴퓨터가
있으면 천리안 등 고유시스템을 통해 은행시스템에 연결, 굳이 지점에 가지
않고서도 여러 가지 은행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기술발달에 따라 새로운 영업채널이 등장할 때마다 그
영향과 대응에 대해 논의도 많았다.

그러나 개방구조인 인터넷의 발전과 더불어 잠재고객층이 넓어지고 지역이나
고유시스템의 장애가 제거되면서 전자금융, 특히 인터넷 금융이 가진 가능성
과 그 영향, 이를 활용하기 위한 영업모델, 그리고 금융기관이나 정책당국의
대응과제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효율성 제고에 따른 비용절감과 시간적 공간적 시장의 확대, 새로운 상품
이나 서비스 제공에 따른 수익증대 등 전자금융의 매력적인 요소들은 많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금융기관들이 전자금융을 추진하려는 요인으로는
이런 가능성보다도 "경쟁압력"이 우선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기존 고객을 놓치지 않는게 우선이고 새로운 고객 확보나 수익원 창출은
그 다음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기술 및 설비, 고객
관계, 제공할 상품 및 서비스와 그 가격체계의 점검, 영업모델의 설정 등
영업 및 판매전략 수립에만 부산하다.

이에 비해 전자금융의 확대가 가져올 "위험의 확대"에 대해서는 상대적
으로 논의가 적은 느낌이다.

미국 통화감독청은 전자금융의 확대가 은행의 수익 및 자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몇 가지로 분류하고 인터넷금융을 확대하기
전에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산업의 건전성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아직도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우 이중 전략적 위험이 무엇보다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초기 투자지출이 과다하고, 회임기간이 길며, 가격경쟁에 따른 수익축소의
가능성 등 잠재적 위험이 큰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사업결정이나 실행에 앞서 조직의 전략적 목표를 명확히 하며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영업 수단으로서 인터넷
금융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경영층의 구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감독당국이나 정부는 건전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인 금융체계를 구축및 유지
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정부로서는 시장의 효율성, 상품이나 서비스의 혁신과 개발이 저해
되지 않고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시장질서를 유지하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제와 감독체계를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전자금융의 확대를 통해 얻어지는 비용절감과 효율성
제고의 혜택이 소비자와 공급자에게 균형적으로 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진입 및 퇴출 기준과 소유 지배 구조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다.

업무영역이 붕괴되고 이종산업간 상호진출 유인이 존재하며 타국소재
금융기관도 지리적 제약을 넘어 잠재적 경쟁자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칙수립에 있어 캐나다 금융개혁 태스크포스가 "보다 동태적이고 경쟁적
인 시장 확립을 위해서는 기존 금융기관의 입지가 우선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한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외의 정책과제들로는 여러 기관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관련 범죄
예방의 공조체계, 기술적 발전에 뒤따르지 못하는 법률체계의 정비, 저소득층
및 소외지역의 금융서비스 접근 과제, 이외 여러 가지 과제의 추진에 있어
국제적 협조체제를 강화하는 일 등이 필요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