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중은행장의 연봉이 1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기본급 최저액을 1억5천만원으로 하고 자산 10조원당 2천5백만원씩 증액하게
되면 총자산규모가 80조원이 넘는 은행장들은 이같은 연봉을 받게된다는
것이다.

업무추진비도 포함됐다지만 그동안의 보수를 생각하면 매우 놀랄만한
일이다.

엊그제 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은행지배구조 개선 방안" 세미나는 이외에도
경영성과가 부진할 경우 행장과 임원을 임기중에라도 해임할 수 있도록 하고
성과급의 50%까지는 은행주를 의무매입하도록 하는등 다양한 경영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시중은행들은 이같은 방안을 오는 주총에서 정관에 옮겨담고 바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날 제시된 방안들을 자세히 뜯어 보면 사외이사의 신분과 권한을
대폭 조정한 부분이나 행장에 대한 실적 평가 방법 등이 과연 보수를 최고
10억원대로 인상조정한 만큼이나 국내은행을 선진화하는 데 충분하고도
적절한 방안인지는 매우 의문스럽다 하겠다.

3년이던 사외이사의 임기를 1년으로 단축하고 이사 임면권을 박탈한 동시에
이사회 개최 빈도를 월 1회에서 분기별 1회로 조정하고 보수 역시 거마비
수준으로 삭감해버리는 등 사외이사 제도를 대폭 개편한 부분은 특히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은행경영을 사외이사 중심으로 개편하고자 했던 정부의 기획과 노력이
"사실상의 실패"로 돌아갔음을 인정한데 지나지 않는다고 보겠지만 사외이사
에 대한 보수를 은행주식, 그것도 일부 은행의 경우 싯가보다 높은 액면으로
주겠다는 것을 보면 당국 스스로도 사외이사에 대한 신뢰와 평가를 크게
절하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고 하겠다.

고액 연봉의 근거인 은행장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절차와 기준이 애매한 것도
은행경영을 근시화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더욱이 행장 보수문제가 경영개혁의 핵심 과제인지부터가 의문이다.

정부가 대주주인 관치구조하에서 행장들이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고 본다.

은행개혁을 "소유구조 개편"이라는 본질적인 해법에서 찾지못하고 "지배
구조"를 고치는 방법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온갖 편법이 쏟아진다고 하겠지만
이를 정공법이라 할 수는 없다.

사외이사 제도만 도입되면 모든 경영부실이 해결될 것처럼 주장되었던 것이
바로 엊그제인데 불과 1년만에 당국 스스로 그 허구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결국 "주인없는 은행"이라는 딜레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