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즐겁게] 민통선 '철새 탐조여행' .. 철새들의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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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웃, 철새.
사람이 살만한 곳에만 오지만 인기척이 들리면 훌쩍 떠나 버린다.
욕이부득의 진리를 가르쳐 주는 스승이다.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민간인 통제구역에 철새들이 찾아왔다.
오는 3월말께 시베리아행에 오르기까지 이곳에 머문다.
철새들의 수장격은 십장생의 하나인 학(두루미).
예부터 연초에 보면 복을 받는다는 길조로 여겨져 왔다.
생명을 찬미하고 발복을 염원하기 위해 철원으로 탐조여행을 떠나 보자.
동송읍을 중심으로 한 민통선내 철원평야에 몰려든 철새들은 천연기념물
202호 두루미와 203호 재두루미를 비롯 기러기 되새 노랑지빠귀 등 50여종
2만여마리에 달한다.
특히 이곳 철원평야에서만 두루미와 재두루미 흑두루미가 함께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조롱이 검독수리 수리부엉이 멧비둘기 등 텃새까지 어울리면 철원평야는
"새들의 천국"으로 변한다.
기러기들은 V자 편대비행을 하며 하늘을 수놓는다.
두루미들은 커다란 날개짓으로 보다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흰눈이 깔려 있는 논두렁 위로 서너 마리씩 무리를 이룬 두루미 가족들이
일렬종대로 이동한다.
때로는 경계병을 세운채 수십 마리가 떼지어 다니기도 한다.
두루미의 키는 1m40cm 정도로 꼬리 부분이 검은 반면 1m20cm의 재두루미는
등짝이 잿빛이다.
이들은 북쪽 비무장지대(DMZ)내에 둥지를 튼 채 낮동안 먹을 거리를 찾아
철원평야에 들른다.
여기서 곡식 낱알을 쪼아 먹거나 부리를 비비며 애정을 표현한다.
외다리로 선 채 머리를 깃털 속에 파묻고 오수를 즐기기도 한다.
사람과 생김새는 다르지만 하는 행동은 엇비슷하다.
하지만 인간보다 사욕이 적다는 점에서 훨씬 아름답게 느껴진다.
차창 밖으로 이런 광경이 눈에 들어오지만 자세히 보기 위해 차를 잠시
멈추니 멀찍이 달아난다.
올 겨울 찾아온 철새들은 두루미 3백32마리, 재두루미 3백58마리, 희귀조인
검은 목두루미와 시베리아흰두루미 각 한마리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기러기는 4만여 마리에서 1만마리 미만으로 감소했다.
사진작가이자 한국환경연구원 생태조사원인 진익태(41)씨는 "서식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올해는 눈이 10여년만에 가장 많이 왔고 주변에 신설된 도로도 늘었다.
하지만 10여년 전에 비해서는 철새 수가 증가했다는 점에 위안을 삼는다.
군부대와 동네 사람들의 보호 노력과 먹이주기 운동 덕분이다.
기계화 영농도 한몫했다.
트랙터로 추수하면 곡식 낱알의 3% 정도는 땅에 떨어진다.
이곳 철원평야는 강원도 쌀생산의 5분의 1을 담당한다.
사방이 확 트여 산짐승들의 위협을 감지하기도 쉽다.
특히 휴전선 근처의 저수지 샘통은 연중 수온이 섭씨 14도를 유지해 좋은
서식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진씨는 원래 사적지 촬영에 몰두했지만 10여년전 희귀철새 호사비오리의
아름다움에 반한 후 새 사진 찍기에 본격 뛰어들어 철새 보호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새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야 새들과 함께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 철원=유재혁 기자 yoojh@ked.co.kr >
-----------------------------------------------------------------------
[ 여행 메모 ]
서울 수유동에서 신철원행 직행버스를 타고 신철원이나 문예리에서 하차한
다음 시내버스를 이용해 고석정까지 간다.
승용차로는 의정부에서 43번 국도로 신철원~고석정 루트를 밟는다.
인근 군부대 관계자들이 고석정으로 요즘 하루 세번씩 나와 관광객들을
민간인통제구역 내로 인솔한다.
출발시간은 오전 10시30분, 오후 1시, 2시.
화요일은 관광 휴업.
안보관광과 연계돼 있어 제2땅굴 등을 반드시 봐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동 여정에서 눈밭에 뛰노는 철새들을 구경할 수 있는 것이다.
10배율 이상의 망원경을 휴대하는게 좋다.
일반인들의 사진촬영은 어렵다.
인근 부대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
식사는 철의삼각전망대 휴게소나 고석정 등지에서 할 수 있다.
문의 고석정 관리사무소 (0353)455-3129
[ 주변 명소 ]
철원 주변의 안보관광지로는 서울~원산간의 남한쪽 최북단에 있는 월정역과
북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철의삼각전망대를 꼽을 수 있다.
또 한국전쟁의 치열함을 짐작케 하는 백마고지 전적지, 해방 직후 주민들을
착취한 본거지였던 북한 노동당사 잔해도 볼 수 있다.
신라 때의 고찰 도피안사에서는 국보 제63호 철조비로사나불좌상이 관광객들
을 맞는다.
또 한국의 나이애가라로 불리는 "직탕폭포"는 요즘 장관을 연출한다.
상부에 얼음을 인 채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강물이 얼어붙은 고석정에선 겨울 계곡미를 한껏 즐길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5일자 ).
사람이 살만한 곳에만 오지만 인기척이 들리면 훌쩍 떠나 버린다.
욕이부득의 진리를 가르쳐 주는 스승이다.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민간인 통제구역에 철새들이 찾아왔다.
오는 3월말께 시베리아행에 오르기까지 이곳에 머문다.
철새들의 수장격은 십장생의 하나인 학(두루미).
예부터 연초에 보면 복을 받는다는 길조로 여겨져 왔다.
생명을 찬미하고 발복을 염원하기 위해 철원으로 탐조여행을 떠나 보자.
동송읍을 중심으로 한 민통선내 철원평야에 몰려든 철새들은 천연기념물
202호 두루미와 203호 재두루미를 비롯 기러기 되새 노랑지빠귀 등 50여종
2만여마리에 달한다.
특히 이곳 철원평야에서만 두루미와 재두루미 흑두루미가 함께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조롱이 검독수리 수리부엉이 멧비둘기 등 텃새까지 어울리면 철원평야는
"새들의 천국"으로 변한다.
기러기들은 V자 편대비행을 하며 하늘을 수놓는다.
두루미들은 커다란 날개짓으로 보다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흰눈이 깔려 있는 논두렁 위로 서너 마리씩 무리를 이룬 두루미 가족들이
일렬종대로 이동한다.
때로는 경계병을 세운채 수십 마리가 떼지어 다니기도 한다.
두루미의 키는 1m40cm 정도로 꼬리 부분이 검은 반면 1m20cm의 재두루미는
등짝이 잿빛이다.
이들은 북쪽 비무장지대(DMZ)내에 둥지를 튼 채 낮동안 먹을 거리를 찾아
철원평야에 들른다.
여기서 곡식 낱알을 쪼아 먹거나 부리를 비비며 애정을 표현한다.
외다리로 선 채 머리를 깃털 속에 파묻고 오수를 즐기기도 한다.
사람과 생김새는 다르지만 하는 행동은 엇비슷하다.
하지만 인간보다 사욕이 적다는 점에서 훨씬 아름답게 느껴진다.
차창 밖으로 이런 광경이 눈에 들어오지만 자세히 보기 위해 차를 잠시
멈추니 멀찍이 달아난다.
올 겨울 찾아온 철새들은 두루미 3백32마리, 재두루미 3백58마리, 희귀조인
검은 목두루미와 시베리아흰두루미 각 한마리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기러기는 4만여 마리에서 1만마리 미만으로 감소했다.
사진작가이자 한국환경연구원 생태조사원인 진익태(41)씨는 "서식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올해는 눈이 10여년만에 가장 많이 왔고 주변에 신설된 도로도 늘었다.
하지만 10여년 전에 비해서는 철새 수가 증가했다는 점에 위안을 삼는다.
군부대와 동네 사람들의 보호 노력과 먹이주기 운동 덕분이다.
기계화 영농도 한몫했다.
트랙터로 추수하면 곡식 낱알의 3% 정도는 땅에 떨어진다.
이곳 철원평야는 강원도 쌀생산의 5분의 1을 담당한다.
사방이 확 트여 산짐승들의 위협을 감지하기도 쉽다.
특히 휴전선 근처의 저수지 샘통은 연중 수온이 섭씨 14도를 유지해 좋은
서식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진씨는 원래 사적지 촬영에 몰두했지만 10여년전 희귀철새 호사비오리의
아름다움에 반한 후 새 사진 찍기에 본격 뛰어들어 철새 보호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새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야 새들과 함께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 철원=유재혁 기자 yoojh@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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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메모 ]
서울 수유동에서 신철원행 직행버스를 타고 신철원이나 문예리에서 하차한
다음 시내버스를 이용해 고석정까지 간다.
승용차로는 의정부에서 43번 국도로 신철원~고석정 루트를 밟는다.
인근 군부대 관계자들이 고석정으로 요즘 하루 세번씩 나와 관광객들을
민간인통제구역 내로 인솔한다.
출발시간은 오전 10시30분, 오후 1시, 2시.
화요일은 관광 휴업.
안보관광과 연계돼 있어 제2땅굴 등을 반드시 봐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동 여정에서 눈밭에 뛰노는 철새들을 구경할 수 있는 것이다.
10배율 이상의 망원경을 휴대하는게 좋다.
일반인들의 사진촬영은 어렵다.
인근 부대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
식사는 철의삼각전망대 휴게소나 고석정 등지에서 할 수 있다.
문의 고석정 관리사무소 (0353)455-3129
[ 주변 명소 ]
철원 주변의 안보관광지로는 서울~원산간의 남한쪽 최북단에 있는 월정역과
북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철의삼각전망대를 꼽을 수 있다.
또 한국전쟁의 치열함을 짐작케 하는 백마고지 전적지, 해방 직후 주민들을
착취한 본거지였던 북한 노동당사 잔해도 볼 수 있다.
신라 때의 고찰 도피안사에서는 국보 제63호 철조비로사나불좌상이 관광객들
을 맞는다.
또 한국의 나이애가라로 불리는 "직탕폭포"는 요즘 장관을 연출한다.
상부에 얼음을 인 채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강물이 얼어붙은 고석정에선 겨울 계곡미를 한껏 즐길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