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한나라당 이탈세력이 추진하는 민주국민당(약칭 민국당)이
본격적인 세대결에 나섰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25일 김영삼 전 대통령을 전격 방문, 조언과 협력을
당부하는등 민주계의 이탈방지에 적극 나섰다.

또 부산 서구등 일부 지역의 후보자를 교체하는등 파문을 수습하고 당내
결속을 다지는데 주력했다.

반면 민국당은 김윤환 최고위원이 대구.경북(TK)지역 정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의 영입에 본격나서는등 세규합에 박차를
가하고있다.

민국당측은 내달 초까지 23개 지구당 개편대회를 치르고 이번 총선에서
2백여명의 후보자를 낸다는 방침이다.

[ 한나라당 ]

이회창 총재는 이날 김 전 대통령을 전격 방문, 공천을 잘못했음을 시인하는
파문을 가라앉히고자 노력했다.

이 총재는 "국민에게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는 심경을 전하고 나라를 위해 충고해달라고 말했다"며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음을 시인했다.

또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공천파문에 대해 사과하고 "총선후 조기전당
대회를 개최해 신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내분 수습방안으로는 <>부총재직 경선 <>공직 후보자 예비선거등 상향식
공천 도입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하순봉 사무총장 이부영 총무등 관계자에 대해서는 문책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밖에 공천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신당을 "구시대 정치의 연장"이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이 총재가 당내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 상도동을 방문한 것은 신당
바람을 차단하려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신당세력이 잇따라 상도동을 방문해 김 전 대통령이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형성하자 당내에서 동요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김덕룡 부총재등이 제기한 인책론도 급속도로 번져 내분사태가 확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이 총재는 "굴복"으로 비칠수도 있음을 염려하면서도 당내분
수습을 위해 김 전대통령을 찾아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당 수습방안과 2차 공천자명단을 발표해 공천파문을 일단락짓고 당
결속을 다지려 애썼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이 아직까지 명확한 태도를 표명하지 않고 있는데다
공천인책론에 대한 당 안팎의 요구가 거센 상황이어서 한나라당 내분사태가
조기진화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 정태웅 기자 redael@ked.co.kr >

[ 제4신당 ]

이른바 "4의 정당"인 민주국민당(약칭 민국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8일
창당발기인 대회를 가진 뒤 지구당 창당작업을 벌여 3월8일 중앙당 창당대회
를 갖겠다고 밝혔다.

김윤환 최고위원은 회견에서 "대구.경북(TK)지역에서 이번 공천이 잘못됐다
는 여론이 50%에 육박하는 등 이회창 총재가 대구를 위한 사람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상당한 변화가 올 것"이라며 세확산에 자신감을 피력
했다.

대변인으로 임명된 김철 의원도 "이 총재의 오늘 기자회견은 본인의 자성과
인책을 기대했던 국민과 당원을 실망시켰다"고 혹평했다.

민국당은 우선 세확산을 위해 TK지역 정서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가진 박근혜
의원의 영입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동시에 부산 민주계 의원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 조속히 원내교섭 단체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조순 대표가 이날 저녁 TS를 방문, 지원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상현 의원도 신당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국당이 대외적으로 기세를 올리는 것과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벌써부터 난기류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당초 이날 회견에 이수성 전총리와 김용환 의원이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나오지 않은게 단적인 예다.

조순 대표는 "이 전총리는 독감에 걸렸고 김 의원은 당원들과 의견 조율이
필요해 불참했으나 신당 참여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전총리는 정호용씨, 김 의원은 허화평씨의 영입을 주장하고 있으나 당
최고위원간 이들에 대한 예우와 영입 시기 등에 대해 의견이 엇갈려 이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실제로 김 의원은 "개인적으로 합류해 달라면 나설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다 당초 이날 신당참여를 선언하려 했던 김광일 전 청와대비서실장도
기자회견을 내주 초로 미뤘다.

이 전 총리가 "때로는 2중대가 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한 것과 관련,
신당의 정체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그 이유로 내세웠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확실한 지지를 받아내지 못한 지금 민국당은 창당
초반부터 혼선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 김남국 기자 n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