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 "동양사상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EBS TV강의 도올 김용옥의
"노자와 21세기"(월~목 오후 10시40분)가 24일 막을 내렸다.

지난해 11월22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 프로는 "단군이래 한 지식인이
만든 가장 위대한 문화적 사건"이라고 말한 도올의 자평답게 그동안 숱한
화제를 뿌렸다.

이 강의는 최고시청률이 7.2%, 평균시청률이 4~5%에 달했다.

강의 프로그램 시청률이 보통 1%를 넘기기가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셈이다.

녹화가 있는 매주 화요일 오후 아리랑TV 스튜디오에는 강의를 듣기 위해
3백~5백여명의 청강생이 몰렸다.

이에 힘입어 이 프로의 앞뒤에는 평균 5~6개의 광고가 붙기도 했다.

강의를 담은 비디오테이프도 수백질이 팔려 나갔다.

단행본으로 출간된 "노자와 21세기"는 교보문고, 종로서적 등 대형서점의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수주째 인문분야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인기를 끈 비결은 특정인에 대한 비판 등 독설을 서슴지 않는 그의
직설적인 강의 스타일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동양 고전철학과 현대를 오가는 지적 상상력도 뛰어나다.

탁월한 스타의식도 한몫했다.

그는 종종 양주동 선생의 "국보론"에 빗대어 자신을 "우주보"로 일컫기도
했다.

성공의 또 다른 요인은 "노자철학"이란 아이템이다.

고려대 현택수 교수는 "혼탁해진 세상에서 편안해지고 싶은 욕구와 높은
경지에 이른 인물들의 지혜를 엿보고 싶은 심리 등이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올도 "노자가 우리에게 충격적인 이유는 20세기를 너무 비노자적으로
살았기 때문"이라며 "마음속에 뭔가 브레이크를 밟고 싶었던 사람들이 노자를
만나니까 안심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는 노자철학과 일반대중과의 관념적 거리를 좁혔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정숙(55.서울 서초구)씨는 "특유의 강한 호소력과 동양사상가 노자의
매력, 누구나 알 것 같은 내용이지만 흔히 잊고 살았던 것들을 깨우치게
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중의 열광적 지지와는 달리 비판도 많았다.

지난해 12월2일 방송에서 그는 자신의 책을 비판한 기자를 인신공격해
TV강좌답지 않게 방송위원회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지난 21일 방송분에서도 학사 출신 기자들이 석박사들이 즐비한 사회를
좌지우지한다는 요지의 발언으로 언론에 대한 비판을 재차 가해 논란을
일으켰다.

학계의 시선은 차갑다 못해 싸늘했다.

성태용교수(건국대 철학과)는 "진짜 알맹이는 적고 조미료를 너무 많이 탄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일반인들이 그의 강의를 듣고 자칫 상식 수준의
얘기들을 노자철학의 전부인 것처럼 왜곡해 받아들일 소지가 있다"고 비판
했다.

최근에는 동국대 역경원 변상섭씨가 "김용옥 선생 그건 아니올시다"란
저서를 통해 "도올이 선이나 열반, 정토같은 불교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도
모른채 책을 쓰고 강의를 해왔으며 해설은 고사하고 번역부터 틀린 데도
많았다"고 공개적인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EBS측은 도올에게 후속 고전 강의 프로그램을 하나 더 해달라고 제의했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올은 24일 방송을 끝으로 "당분간 일절 언론 인터뷰와 방송출연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한의학적인 인간관,몸철학적 우주론 등을 제대로 파볼 것이
라고 말했다.

< 강동균 기자 kd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