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보험거래 약관을 고쳐 오는 4월부터는 음주 또는 무면허
운전으로 자신이 상해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에도 보험회사가 보상을
해주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은 매우 황당한 일이다.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죄행위"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보상을
한다는 것이 언뜻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때문에 대다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니 더욱 그렇다.

보험거래 약관을 고치려고 하는 배경은 지난 98년1월 대법원 판결에 이어
최근 헌법재판소가 음주운전을 이유로 보험금지급을 거부하는 면책약관
적용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즉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는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는 상법 732조 2항의 규정을 근거로, 고의가
아닌 경우에는 비록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해도 보험자의 생활보호가 보험
악용 가능성보다 우선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사법당국이 지적한 대로 반사회적인 행위나 위법행위로 인한 모든 사고가
보험혜택에서 제외될 경우 보험제도의 취지 자체를 위협하는 측면이 없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칫 음주.무면허 운전을 조장하고 더 나아가 과실을 위장한 고의성
사고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도 결코 무시해서는 안된다.

게다가 그로 인해 대다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가 올라간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고 본다.

유일한 해결방안은 보상범위에 따라 보험료를 차별화한 이른바 "특약상품"을
파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즉 사고를 많이 내 일반 보험사들이 보험가입을 받아주지 않는 차량들은
주정부가 운영하는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게 한 미국식 제도를 도입할만 하다.

이와는 별도로 음주.무면허 운전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6일자 ).